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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기세상 Feb 16. 2024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는 곳

중앙방공통제소(MCRC)



2. 하늘의 파수꾼


2004년 12월 1일 진주 공군 교육사령부의 연병장에서 나는 15주간의 힘든 간부과정의 군사훈련을 끝내고 하사 계급장을 어깨에 달았다. 힘든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포기한다면 민간인이 아닌 공군 일병으로 다시 춘천 부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몰아세웠다. 그렇게 참고 견딘 끝에 찾아온 임관식, 연병장에서 하늘 높이 던진 나의 임관 모자처럼 나도 하늘로 비상하고 싶었다.


"필승, 하사 OOO, 2005년 2월 2일부로 30단 31전대 방공통제부 제1통제대로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필승!"


비행기와 관련된 특기를 받기 위해 노력해서 자대배치받은 곳은 중앙방공통제소(MCRC)이다. 오산 미군부대 안에 위치한 MCRC 출입을 위해 철저한 보안검색과 미헌병의 이중 삼중 신분확인을 거쳐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주임원사님을 따라 지하 몇십 미터는 내려왔다 싶은 순간 미로 같은 통로를 지나 들어간 곳은 작전실이었다. 전방은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한반도를 한눈에 볼 수 있었으며 무수한 점들과 그 옆에 알아보기 힘든 영문자와 숫자가 붙어 날아다니고 있었다. 민간 관제사들이 관제하는 모습과 비슷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내가 방공통제사들과 함께 방공관제 업무를 맡게 되었다.


MCRC 작전실 모습


신체적 조건으로 조종사의 꿈을 포기하고 비행단의 관제특기를 희망했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비슷한 특기를 받은 것이 항공통제... 비행단 관제사들이 타워(Tower)에서 관제를 하는 것이라면 방공관제사들은 이륙한 전투기들을 훈련공역으로 안내해 전술기동 및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관제한다. 그렇게 나는 햇병아리 신입 간부로 이곳에서 항공분야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어릴 적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면서 나는 조종사가 원하는 항로로 마음대로 비행하는 줄 았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늘을 비행하는 조종사가 부러웠다. 정말 단순한 생각에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이곳 MCRC에서 항공분야의 생태계를 경험하고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민간 항공기들만이 다닐 수 있는 항로.

전투기들이 기동 하는 훈련공역.

민항기, 전투기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비행금지공역.

전투기들이 사격연습 하는 비행제한공역.

적군과 아군들의 식별 체계 등...


모든 용어와 관제 훈련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왠지 모르게 재미있었다. 8시간의 근무 시간이 시작되면 100명의 간부, 사병들은 한 팀이 되어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는 하늘의 파수꾼이 된다. 나도 그들과 함께 일원이 되어 간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가지고 적응을 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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