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MBTI는 INFP다.
판단형 J와 달리 인식형인 P는 새로운 것에 대해 유연하고 개방적이다. 목적과 방향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먼저 시작하고 본다. 마지막 순간에 집중해서 끝낸다. 내 성향상 부정할 게 아무것도 없다. 그래, 난 뼛속까지 P다. 6년 전 신혼여행을 준비할 때도 난 한결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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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행사 직원이다. 오늘 할 일들을 확인하고 시간이 남으면 짬짬이 항공사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한다. 항공 스케줄 변경 사항 같은 공지들을 읽고 특가도 확인한다. 오늘은 대한항공 홈페이지를 들어가 스크롤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훑어본다.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한 줄. “유럽노선 연말 할인특가(~3월 출발건까지)” 바로 클릭했다. 난 3월에 결혼 예정이며 신혼여행지는 남편과 상의한 바 휴양지는 지양하기로 하고 아직 정하지 않았다. 유럽 중에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나라. 스위스. 경상도에 살아서 눈에 대한 동경이 컸다. 그리고 스위스 만의 그 청정함이라고 해야 할까? 설산을 배경으로 푸른 초원 위에 마치 하이디가 양들과 뛰어놀 것 같은 환상 속의 나라 스위스. 스케줄을 요리조리 맞추다 보니 취리히가 매일 취항하는 노선이 아니라서 4박 6일 파리 IN-취리히 OUT로 짧은 신혼여행 스케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특가항공권 특성상 예약 후 바로 발권하는 조건이어서 남편과 상의 없이 바로 결제했다. 그렇게 나의 신혼여행은 정해졌고 남편에게 통보하듯 카톡을 했다.
나 : 오빠 여행 티켓팅 했어!!
오빠: 응? 어디?
나 : 비밀! 내가 당일 공항 가서 알려줄게 ㅋㅋㅋㅋㅋ 서프라이즈 ~!
오빠: ㅋㅋㅋㅋ 그럼 일정이라도 알자 몇 박 며칠이야?
나 : 결혼식 다음날 출발해서 4박 6일!
오빠: 너무 짧은데.. 암튼 뭐 잘했어 잘했어
어디 가는지도 모르면서 짧다고 하는 남편. 그 와중에 결혼 전이라 그런지 잘했다고 친절했던 남편이었다. 결혼을 준비하며 재미 삼아 신혼여행지는 내가 정해서 공항 가서 ‘보딩 할 때 알려줄게’ 했던 말을 실현화한 것이다. 남편은 아마도 내가 여행사 직원이고 터무니없는 플랜을 세우지 않을 거란 착각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