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하세요

세상의 무뢰베들아

by 얀얀


feat. 책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






한국인은 우수한 민족이다.

김연아, 임윤찬, 이강인,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천재들은 가슴을 웅장하게 한다.물론 이들을 한국의 시스템이 낳은 인재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잉태한 진짜 천재들이 따로 있으니, 그건 바로 평범한 우리들이다. 우리는 다 천재다. 몰랐지?

놀랍게도 다수의 한국인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뛰어난 재능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선 넘는 능력'(참견 = 간섭 = NO 사생활 존중)이다.




내가 태어날 즈음 아빠의 사업이 망했다. 엄마 뱃속에는 내가 있었다. 병원 갈 돈이 없었던 엄마는 모자병원(무료라고 한다)에 갔다. 지금이야 애를 낳으면 나라에서 돈도 주고 청약 혜택도 주고 한다지만, 그때는 애 셋 있는 집도 적지 않았다. 밀려드는 출산 인파에 허덕이던 의사는 엄마에게 소파에서 기다릴 것을 지시했다. 나는 지금도 성질이 급한 편인데, 태어나는 순간에도 같았던 모양이다.엄마는 차례를 기다리다 혼자 소파에서 나를 낳았고, 무서운 의사 선생님에게 된통 혼났다.


안 그래도 빚더미에 앉았는데, 엄마 지인이 돈을 갖고 튀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엄마는 본인 입에 음식을 씹어 나에게 먹이는 것으로 이유식을 대신했다. 나는 몸이 약했고 , 배가 자주 아팠다. 데굴데굴 굴렀다. 형편이 나아지자 엄마는 나를 병원에 데려갔다. 가난해서 제대로 먹이지 못한 아이가 수시로 배가 아프다고 온방을 구르니 가슴이 아프셨을 거다.


그리고, 나를 진료한 의사 선생님은 이와 같이 말했다.




"얘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신경성입니다."




이후로 나는 거의 모든 것에서 해. 방. 되었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됐고, 친구 집에 놀러 가 실컷 놀고 저녁밥까지 얻어먹고 집에 왔다. 집에 오면 자고 날 밝으면 학교 가고, 가방 던지고 또 놀고, 밤이 되면 돌아와 자는 것이 내 일상이 됐다. 당시 엄마는 '말해도 말해도 이해하지 못함', '계산이 느려 터지고 틀려 속 터지게 함' 등의 죄목을 들어 오빠의 머리를 대차게 치곤 했다. 상을 펴고 엄마와 마주 앉아 서럽게 훌쩍이던 오빠의 못난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내 생활기록부는 양, 가, 때때로 미로 채워졌다. 대체로 수, 우를 받는 그가 쥐어박힐 때, 양가집 규수인 나는 뜨뜻한 아랫목에 종일 놀아 노곤한 몸을 누였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배가 안 아팠다.

잘 되라고, 너를 위해서, 가족이니까, 이런 말 경계한다. 내 말대로 해, 는 자기가 봐도 멋지지 않으니까 비난을 피해 쓰고 있는 언어의 우산 같다. 요즘 오빠 때문에 속을 썩는 엄마에게 내가 자주 하는 말은 이런 것이다.


"엄마, 그냥 맛있는 거 먹고 놀러 다니세요. 싫다잖아요? 스무 살까지 키워줬으면 잘했든 못했든 엄마 일은 끝났다고요. 참, 나. 울 일이 뭐가 있어요? 엄마 할 일 하고 살면 되지. 나는 아주 웃음이 나오는 구만."


그러면 엄마는 황망히 전화를 끊고, 한동안 연락해오지 않는다. 굿 리스너가 되어주지 않는다. 그냥 둔다. 한 때는 나도 착한 딸, 맏이 같은 막내였던 적이 있다. 지난 일을 꾹꾹 곱씹어 얻은 팁이 있다면, 엄마를 연민하는 일은 심연의 늪 속으로 손 잡고 함께 입장하는 것과 같았다는 것이다. 가족의 일에 더 이상 눈물이 안 나는 것은 내 안구건조증이 심해서이겠지! 자식이 말을 듣지 않아 눈물로 베개를 적신다면, 그 고통은 엄마의 몫이다. 오빠는 이미 날아갔다.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이라는 책 중 나스레딘의 아들 이야기를 소개한다.



호자 나스레딘



아들은 외모 콤플렉스로 집 밖에도 나가지 못했다. 어느 날, 나스레딘은 아들에게 함께 장에 가자고 한다.아버지인 나스레딘은 당나귀를 탔고, 아들은 옆에서 걸었다. 시장 입구에 앉은 사람들은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 저 사람 좀 봐. 자기는 당나귀 등에 편히 앉아 가면서 불쌍한 아들을 걷게 하다니! 이미 인생을 누릴 만큼 누렸으니 아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둘째 날, 나스레딘과 아들은 반대로 했다. 아들이 당나귀를 탔다. 사람들은 다시 외쳤다.

"저 녀석 좀 보게. 버릇도, 예의도 없군. 당나귀 등에 유유히 앉아 불쌍한 노인네를 걷게 만들다니!"


셋째 날, 나스레딘 부자는 당나귀를 끌며 시장으로 갔다. 사람들은 그들을 비웃었다.

"저런 멍청한 사람들을 봤나! 당나귀는 사람 타라고 있다는 것도 모르나 봐."


넷째 날, 나스레딘 부자는 둘 다 당나귀 등에 앚아 집을 나섰다. 시장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

"저 사람들 좀 봐. 저 가엾은 짐승이 조금도 불쌍하지 않은 모양이군!"


다섯째 날, 부자는 당나귀를 어깨에 짊어지고 시장에 갔다.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 저 미치광이들 좀 봐. 저들을 병원으로 보내야만 해. 당나귀 등에 타지 않고 짊어지고 가다니!"


그러자 나스레딘은 아들에게 말했다.

"잘 들었지? 네가 무슨 일을 하든, 사람들은 항상 트집을 잡고 험담을 할 게다. 그러니 사람들 말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단다."





"그래도 시댁에 가라. 참고 인내하..."(백만돌이)

"알. 아. 서. 할. 게. 요."


"학원 보내야 돼. 집에서 하는 것하고 달라."

"저는 그렇게 막 공부 잘하는 아이를 바라는 게 아니라서요."

"고학년 되면 어려워져서 못 따라가~"

"집에서 하고 있어요. 저는 학업에 무리 없이 따라가면 만족해요."

"하하, ㅇㅇ 엄마, 그냥 보내~ 돈이 없어?"

(헉.)




엄마는 나쁜 며느리로 나날이 높아지는 딸의 명성이 걱정이지만, 며느리를 쉬는 동안 불면증, 두근거림, 경련, 끔찍한 두통이 옅어진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리고 우리 아이의 학업성취도는 몇 년째 반에서 최고,라고 한다.



선을 넘나드는 친절과 관심, 걱정, 애정을 모조리 거절한다.

나는 오늘도 1인분의 몫만 잘 살 거라서.













[사진 출처: 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