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과 있을 때 자주 우울하다 표현하지 않으려 합니다. 매번 그런 식이면 나는 정말 아무짝에나 쓸모없는 '그저 우울할 뿐인' 녀석이 되고 마니까요. 사실 좀 더 가볍게 말하고 싶었지만, '우울'이란 단어는 마치 '부모님'과도 같아서 입 밖으로 떠밀려 나는 순간 더없이 진중하고 무거워지곤 합니다. 그 어떤 감정들과 수사로도 덧칠되지 않는 색. 그래서 한없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바위처럼요.
"왜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않니?"라는 물음이 떠올라요.
사실 나는 늘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했어요.
물론 해답이 있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접착력 없는 포스트잇처럼 나뒹굴 대화 쪼가리들을 상상했죠. 웃으며 "고민 같은 걸 잘하지 않는 사람이라서."라고 대답했어요. 그것이 거짓말이란 건 우리 서로가 잘 알고 있었을 거예요.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가벼워지는 고민이란 얼마나 좋을까요?
가시 돋친 고민들을 목구멍까지 꺼내어 올리려면 피가 많이 흘렀어요.
오랫동안 삼키고 삼켰더니 어느새 난 고슴도치가 되어버렸더군요.
고슴도치, 고슴도치는 평생 누구도 안아주지 못하는 동물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