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모두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이자 다양한 국적을 지녔고, 그에 못지않게 대단한 성격들을 지녔다. 그러다 보니 매일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늘 나의 종착점이 어떤 마을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같은 알베르게에 머무는지가 관건이다.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함께 보내는지에 따라 그날의 추억이 달라진다. 국적뿐만 아니라 연령대도 너무 다양하다. 게다가 알베르게의 구조나 환경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알베르게에는 보통 2층 침대가 놓여있는데, 1층 침대는 연장자들의 몫이다. 70-80대 분들도 이 길을 걷기 때문에 그분들이 일 순위이고, 걷다가 부상을 당한 사람들 또한 일 순위다. 비교적 젊어 보이고 가벼운 몸놀림의 동양인인 나는 어김없이 2층 침대 당첨 확률이 높다. 그러나 정해진 법칙은 없다. 며칠을 같이 걸은 길 위의 친구가 양보해서 1층의 편안함을 누릴 수도 있고, 내가 양보해서 2층의 놀라운 영향력을 얻을 수도 있다.
1층은 모든 면에서 유용하다. 가성비가 좋다고 해야 할까? 2층의 유일한 단점은 오르고 내리는 일이다. 어떤 침대는 사다리가 진심 인체 공학적이지만, 어떤 사다리는 심하게 그저 무심히 그림을 그려 넣은 것처럼 아무 쓸모없는 곳도 있다. 그런 곳은 발바닥과 다리의 힘을 꽤 많이 주어야 하는데, 먼 길을 걸어온 순례자의 입장에선 휴식이 아니라 잠깐의 고통을 맛보게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런 2층도 장점이 있다. 다리를 쭈욱 뻗어 하늘로 올릴 수 있다는 것. 아, 이것은 진정 행복이다.
2층 침대 모서리에 베개를 대고 누워서 벽에 다리를 안착. 이것은 2층 침대의 영광이자 행복의 순간이다.
그 어떤 순간도 허투루 보 낼 수 없는 이 길. 매 순간이 소중하며, 의미 있는 이 길. 만나는 사람의 존재에 감탄하며, 그들의 생각과 인생 방식을 존중하게 되는 이 길. 만나는 마을마다 살아가는 방식에 의미를 두고 바라보며 잠시 융화되어 지낼 수 있는 이 길.
침대의 1층도 2층도 어찌 보면 같은 하나의 침대. 그림을 그리듯 아무 생각 없이 만든 사다리의 구조로도 1층에서 2층을 오를 수 있으니. 그 무엇도 다르지 않다. 고로 매일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