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의 타파스 바는 유쾌하다. 너도나도 작은 골목에 이어져있는 바로 모여들어 수다가 한가득이다. 화려한 색의 원피스와 금빛나는 구두를 맞춰 입은 자매들도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동네 아저씨들도 반나절을 걸어 레온에 도착한 까만 얼굴의 순례자들도 모두 모여 와글와글 금요일 밤을 즐기고 있다.
가족, 친구, 순례자들이 와인이나 생맥주를 주문하면, 바텐더들은 이 지역 특산물인 엠부티또를 종류대로 썰어서 치즈와 함께 빵 위에 얹어서 준다. 엠부티또는 다진 고기에 돼지 내장을 넣고, 허브와 향신료로 양념을 한 소시지다. 숙성 과정을 거치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언제든 썰어서 빵이나 과자와 함께 먹는다. 올리브 오일을 뿌려서 먹기도 하고 바게트 안에 넣어서 치즈 또는 토마토와 함께 샌드위치로 먹기도 한다.
돼지 뒷다리를 건조 숙성한 하몽과 소 뒷다리를 건조 숙성한 세시나도 언제든 맛볼 수 있는 레온의 바는 매일 가고 싶을 만큼 애정이 넘친다. 짭짤한 초리소와 입안에 넣으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사라지는 세시나, 쫀득한 로모, 기름과 건조한 고기의 절묘한 식감 살치촌 그리고 언제 먹어도 사랑스러운 하몽의 풍미.
타파스 바에는 근사하게 차려입은 다정한 가족들도 보이고, 왁자지껄 친구들의 모습도 있다. 옆 가게 하몽하몽 사장님도 와인 한 잔 하러 오셨고, 오늘 여러 바에서 몇 번을 마주쳤던 빨간 신발 아저씨도 눈 인사한다. 그리고 노년의 부부가 있다. 이곳에 매일 온 다는 두 분은 어찌나 다정한지 옆 자리에서 같이 와인을 마시는 내내 미소가 지어지는 분들이었다. 두 분은 레드와인에 오렌지 주스를 타서 느긋하게 즐기고 계셨다.
내일은 어디로 가냐며 물으시더니 가는 길은 그늘이 없고, 해가 쨍쨍하니 꼭 우산을 쓰라고 하신다. 우산이 없으면 모자라도 쓰고 걸으라 당부하신다.
지는 해를 받는 레온 대성당을 한참 바라본 후, 알베르게로 돌아가는 길에 산책을 하는 두 분을 또 만났다. 집에 가서 티브이도 보고, 간식도 더 먹으며 쉬다가 주무신단다. 그러면서 내 두 손을 꽉 잡고 ‘나는 아직 젊으니 무조건 즐겁게, 인생을 즐기며 지내라’고 몇 번을 힘주어 이야기하셨다. “아스따 루에고”를 외치며 그들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니 눈물이 글썽였다. 그리고 이내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disfrutar!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