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는 건 무수하게 날아다니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과 같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발 없는 생각들은 머리와 가슴에서 뚫고 나와서 바람을 타고 함께 유랑을 한다. 포도 나뭇잎 위에 살포시 머물렀다가 마을의 작은 성당 안으로 들어가 같이 기도를 하고선 동네를 산책하는 사람과 “Bom Día” 인사를 나눈다. 그리곤 이내 사라져 버렸다가 다시 소환되어 빙글빙글 모자 위를 맴돌다가 다른 모습으로 마음의 어느 한 구석에 자리한다.
그 생각들에는 과거의 나와 또 다른 과거의 내가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현재의 내가 그들과 만나 다시 섞이기도 한다. 이 끝없이 이어지는 사고의 기차는 걷는 동안 계속 달린다. 오늘 걷는 길의 지형에 따라, 풍경에 따라 혹은 기후에 따라 기차는 다양한 형태를 유지한다.
그 무게 또한 다양한데 무거운 생각은 우선 큰 덩어리로 나누고, 작게 잘라낸 후 점점 잘게 쪼개서 날려버린다. 작고 귀여운 생각들은 웃으며 ‘톡’ 하고 튕겨 버리기도 하고, 그냥 미소로 정리하기도 한다. 도저히 마무리가 되지 않는 생각과 마음의 상처들은 긴 시간을 두고 얇고 투명하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이 길의 끝에 비울 수도 있지만, 그것들이 여전히 나와 함께 하기를 원한다면 긍정으로 바꾸어지기를 기도하며 시간을 더 허락하는 너그러움을 발휘해야 할터이다.
중간에 어떤 연료를 어느 지점에서 공급하느냐도 생각을 붙잡고 있는 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데, 발바닥과 무릎의 상태를 중간중간 체크해서 그늘이 나오면 휴식을 취해주어야 한다. 장시간의 도보에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목구멍은 타 들어간다. 그럴 때 생각의 기차는 잠시 시원한 생맥주에만 머물러있다. ‘어서 도착해서 그 차가움을 벌컥벌컥 들이켜야지’라고.
적당한 시기에 오아시스처럼 간식을 위한 카페가 나타나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그늘과 간식 그리고 충분한 양의 물은 이 길 위의 가장 큰 선물이기도 하다. 그러다 바람이 불어주고, 그늘이 있는 작은 성당 앞에 다다르면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지고 대자로 누워 그 시원함을 만끽한다. 그러면 잠시 평화가 감돈다.
이것이 작은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랴!!!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하면 또다시 생각은 나타난다. 과거에서 현재로 미래에서 과거로. 그러다 오늘의 종착점에 다다르면, 넓디넓은 우주에서 배회하다가 지구에 발을 딛는 기분이다. 온몸은 흐느적거려 더 이상 한 발짝도 딛기 어렵고, 알베르게의 체크인 순서를 기다리는 내 몸은 지구에 도착했지만 무중력 상태다.
하지만 신기한 건 샤워를 하고, 오늘 입은 옷들을 빨아서 햇볕에 널고 나면 언제 그렇게 힘들었냐는 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늘 길 위에서 했던 생각과 몸의 지침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내일도 나는 내 안의 무한한 생각들과 함께 걸으며, 비우다가 정리하다가 다시 생각하고를 반복할 것이다. 바라건대 이 길이 모든 이들의 마음과 정신을 위한 영혼의 순례길이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