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의 생각일지라도...
교무실은 3층, 교실은 2층 맨끝이다.
교무실을 나서서 중앙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복도에 발이 닿기도 전에 두성, 복성 다 써서 온몸으로 냅다 지르는 미남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아아아~!!
내지르는 소리가 복도 끝에서 복도 끝까지 공기를 타고 쭈욱 이어진다. 미남에겐 습관이요, 취미요, 특기요, 생활이다.
-야~쫌!
하고 짜증을 낼라치면, 백 단의 눈치로,
-네! 샘! 알겠습니다!
하고 또 소리를 지른다.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옆 반에서 수업을 할 때도 벽을 뚫고 그 소리가 들릴 때가 다반사다.
학생들, 선생님들 사이에는 얼굴만큼 큰 목소리, 발성왕으로 이름을 날린 지 오래.
첨엔 낯설고 부담스럽던 목소리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다가, 이제는 그 목소리가 없으면 허전하다.
목소리에 정이 들었는가보다.
공부보다는 사교에 관심이 많은 친구.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신경림 ‘목계 장터’ 중
수업 시간이다.
낭송 중에 갑자기 아이들이 킥킥거린다.
킥킥은 큭큭으로, 큭큭은 키득키득으로...
영문을 몰라 눈으로 묻는 내게 미남이 어색하게 웃는다.
-샘! 물여울은 원래 모진건가요??
-크하하하!!
참았던 웃음보가 일제히 터진다.
-?
사연인즉 최근 헤어진 여자친구 이름이 ‘여울’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졌던 것.
유도를 잘하고, 목소리가 우렁찬 누가 봐도 단연코 상남자.
때로는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순수의 결정을 이런 순간에 보게 된다.
-시가 제 마음을 위로하네요.
청량음료만큼 시원한 미소.
장난스레 웃는 미소가 진심으로 미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