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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rukinasy Apr 11. 2017

스마트폰 없이 하는 여행은 이제 상상하기 힘들다

러시아 _ 05 : 블라디보스토크, 심카드와 환전

20170202, МТС(MTS) 심카드(유심칩), 사설 환전소




살짝 늦게 체크아웃을 했다. 이퀘이터 호텔은 짐을 무료로 맡아주었고, 기차역에서 멀지 않았기에 기꺼이 맡기고 짧은 시간 동안 블라디보스토크(블라디보스톡)을 구경하고자 했다. 원래는 전날 밤에 폰으로 대략적인 동선을 정하고 움직이려고 했으나, 호텔 와이파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데다 피곤해서 포기했다. 심카드(유심칩)를 의도대로 구매했다면 어떻게 조사가 가능했겠지만, 그다지 보고 싶은 곳이 많았던 것은 아니라서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앞으로 계속 심카드 없이 지낼 수는 없다. 기차 안에서야 그다지 필요 없다고 하더라도, 도시 내에서 움직이거나 정보를 파악할 때는 필수적이다. 특히 아무런 가이드북이나 지도 같은 것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체크아웃하자마자 통신사 대리점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행을 하는 방식도 꽤 달라졌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의 보급이 획기적인 개선의 계기라고 보는데,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에는 밖에 다니면서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건 엄청 어려운 일이었다. 관광안내소를 찾거나 현지인이나 다른 관광객에게 물어가며 파악해야 했고, 그러지 않거나 못할 경우에는 미리 정보를 다 파악하고 준비해서 손에 들고 나서야만 했다. 그래서 지도는 필수품이었고, 가이드북이나 안내책자도 곁들여야 편리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몇년전만 해도 컴퓨터나 가이드북으로 정보를 찾아 지도를 체크하며 다녀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해결 가능하게 되었다. 지도는 최신 상태로 유지되며 현재 위치까지 알려주고, 실시간으로 바뀌는 정보들을 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미리 준비할 필요성이 많이 낮아졌고, 짐이 줄어들어 더욱 편리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배터리를 다 써버리거나 폰을 잃어버리게 되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점이 한계이긴 하지만, 요즘은 보조배터리도 잘 나오고, 저렴한 스마트폰도 많으니 대처하기도 쉽다.


그래서 요즘은 해외여행 시 필수품이 스마트폰을 현지에서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심카드다. 이제는 지도와 안내책자만으로 여행하라고 하면 못하겠다. 있다고 하더라도 스마트폰이 더 편하니까 안 꺼내게 되더라. 오히려 이제는 없으면 엄청 불안하다. 그래서 나는 원래 해외로 갈 때 심카드를 준비해서 가거나 가장 먼저 그것부터 사는데, 이번에는 사지 못한 채로 1박을 했으니 심적으로 꽤 힘들었다. 심카드 없이 1박을 한 경험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저번에는 숙소를 장기간 잡아서 걱정을 덜 했지만, 이번에는 체크아웃을 해버렸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심카드부터 사러 나선 것이다.




내가 방문한 MTC매장. ⓒ


여러 통신사가 있었지만 그중 МТС(MTS)를 선택했는데, 점유율이 제일 높다는 사실만 보고 고른 것이었다. 점유율이 높으니 커버리지도 당연히 넓을 것이고, 기차 안에서도 종종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아보니 비슷한 점유율을 지닌 МегаФон(MegaFon)이 조금은 더 넓은 커버리지를 지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미묘하다. 4G 커버리지는 MTC가 약간 더 넓은 것 같고, 3G 커버리지는 МегаФон이 조금 더 넓은 것 같은데, 기차 안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쓰는 걸 보니 어느 통신사를 이용하든 근처에 역이 없으면 잘 안 되는 것 같으니 둘 중 마음에 드는 쪽을 선택하면 될 듯하다.

러시아의 통신사 별 점유율, (출처 : http://www.acm-consulting.com/)
МТС의 커버리지 맵, МегаФон의 커버리지 맵 (AdBlock 등 사용 시 지도가 안 보입니다.)


혁명광장에서 바라본 МТС매장. 다른 곳에도 많다. ⓒ


대리점이 여러 군데 있었지만 환전도 할 겸 사설 환전소 근처에 있는 곳을 골랐다. 혁명광장 맞은편에 있는 쇼핑센터 같은 곳 1층에 있었는데, 바깥에 크게 간판이 달려있어 찾기 쉬웠다. 입구가 맞나? 싶은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니 왼쪽에 대리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곳이 좋았던 점은 영어가 아주 잘 통했다는 점인데,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에서 러시아에서 심카드를 구매할 때 영어가 안 통해 애먹었다는 걸 많이 봤었기 때문에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당시 근무하는 직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플랜이 있었는데, 무제한 요금제의 가격이 저렴해서 부모님과 나까지 전부 그걸로 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게 되니 와이파이의 이용이 힘들 것 같기도 하고, 기차 안에서 조금씩은 쓴다는 생각으로 무제한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선로 상에서는 생각보다도 훨씬 안 터져서, 도시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무제한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심지어 작은 규모의 역에서 기차 안에 있으면 종종 안 터지기도 할 정도니 정말 기차 안에서는 쓸 생각을 안 하는 편이 좋다.


요금을 선불로 내는 것이 아닌, 충전해놓고 종량제로 사용하는 방식도 있었는데, 해외여행하면서 그런 요금제를 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잔여량을 단번에 파악하기 힘들고, 보통 충전이 까다롭기 때문에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조금씩 충전해서 쓸 계획이라면 이런 방식도 괜찮아 보인다.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구매한 주(州, Область, Oblast)에서만 이용이 가능하고, 러시아 전역에서 사용하려면 추가금을 내야 하는 것 같다. 별도로 언급하지 않으면 해당 주에서만 이용할 수 있게 되니, 다른 주로 이동할 예정인 사람은 구매할 때 꼭 언급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사용했던 심카드. 이제는 그냥 기념품일 뿐이다. ⓒ


다행히도 다양한 사이즈로 때낼 수 있는 형태의 심카드가 매장에 있어서 큰 심카드를 자른다던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잘 자르면 전혀 문제가 안 되지만, 잘못 잘라서 문제가 되면 엄청 귀찮아진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만 '유심칩'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은데, 왜 이런 표현이 정착되었는지 모르겠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칩' 표현을 사용하는 곳을 단 한 곳도 본 적이 없다. 여행기들을 찾아보면 해외에서 '유심칩'이라고 하니까 아무도 못 알아들어서 고생했다는 경험도 많은데, 통일되지 않은 표현으로 인한 폐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친절하게도 직원이 심카드를 직접 다 끼워줬는데, 원래 한국에서 쓰던 심카드를 풀 사이즈 카드에서 심카드를 빼낸 공간에 꼽아서 줬다. 솔직히 그런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여권사진을 넣어놨던 작은 주머니에 같이 넣어놨고, 크기가 워낙 작아서 불안했는데, 이제 그런 걱정을 덜었다.


경우에 따라서 심카드를 넣은 다음 몇 분 기다려야 이용이 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심카드를 교체하고 폰을 재시작하니 바로 МТС(MTS)로부터 여러 문자들이 수신되며 데이터 통신 등이 활성화되었다. 드디어 밖에서도 정보검색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게 되니 안도감이 들었다.


※ 내가 간 МТС(MTS) 대리점 관련된 링크
오픈스트리트맵(좌표), 구글맵(좌표)




내가 간 МТС대리점과 환전소의 위치. [출처 1]


이어서 사설 환전소로 가서 환전을 했다. 가는 길에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광고판이 있었고, 건물 유리창에 환율 전광판을 달고 있었기에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길가에 보이는 다른 은행들보다는 환율이 유리하기는 했으나,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아무런 절차 없이 달러를 주면 바로 루블화로 바꿔 준다는 점은 편했다. 안의 공간은 무척 좁았는데, 각 창구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 문이 3개 있었고, 경비가 입구에서 지키고 있었다. 들어온 순번대로 빈 창구에 들어가는 시스템인 것 같다. 차례가 되어 창구에 들어가면 두꺼운 유리 밑에 공간이 있는데, 거기 돈을 놓으면 해당하는 달러와 함께 영수증을 주었다. 달리 말은 필요 없었다.


이런 사설 환전소는 여행을 다니며 여러 번 본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이용해 본 적은 없었다. 무장한 경비가 입구를 지키고 있고, 두꺼운 셔터와 유리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곳이라 들어가기 꺼려진 것도 있었지만, 애초에 현금이 필요하면 ATM에서 인출하는 것을 선호하는 터라 이용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발견하기 쉬운 곳은 환율이 엄청 불리했으므로 더욱 갈 일이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사설 환전소가 제일 유리했기에 처음으로 이용한 것이다. 절차가 무척 편리했기에 환율이 유리하다면 다른 국가나 도시에서도 이용하고 싶지만, 보통 환전을 해서 가니까 그럴 일은 잘 없을 것 같다.


※ 환전소와 관련된 링크
오픈스트리트맵(좌표), 구글맵(좌표)




그렇게 할 일을 다 끝내고 난 뒤 남은 시간 동안 가볍게 도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점심시간과 장보는 것까지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여유는 없었다.




설명에 ⓒ가 붙어있는 사진과 타이틀만 직접 찍은 것입니다.
출처 1 : ⓒ OpenStreetMap contributors. https://www.openstreetmap.org/copyright 참조. 편집은 직접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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