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퇴근 후, 나는 방구석에서 디지털 폐지를 줍는다.
"너는 몇살인데 아직도 게임을 하니?"
명절 때 친척 어른들이나, 걱정 어린 부모님의 잔소리는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20대 후반, 혹은 30대에 접어든 나이에 모니터 앞에서 몇 시간이고 마우스를 클릭거리는 모습은 누가 봐도 한심한 '게임 폐인'의 전형일 테니까.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내가 지금 단순히 오락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지금 출근했다.
화면 속 내 캐릭터가 몬스터를 잡고 바닥에 떨어진 잡동사니 아이템을 줍는다. 남들 눈에는 그저 데이터 쪼가리, 혹은 픽셀 덩어리로 보이겠지만 내 눈에는 다르다. 저건 '10 다이아'짜리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300원. 저기 떨어진 파란색 주문서는 2,000원.
이 행위는 새벽 골목길에서 박스를 줍는 어르신의 리어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나는 냄새나는 쓰레기 더미 대신 화려한 그래픽을 보고 있고, 거친 아스팔트 위가 아니라 푹신한 의자 위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줍는다는 것뿐이다.
나는 이것을 디지털 폐지 줍기 라고 부른다.
내 친구 중 몇몇은 퇴근 후 헬멧을 쓰고 배달 오토바이에 오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도로 위를 달리며 건당 몇 천 원을 번다. 숭고한 노동이다. 하지만 나는 그 위험수당 대신 안전을 택했다. 초기 세팅 비용과 전기세, 그리고 약간의 손목 통증을 담보로 나는 방구석에서 월 100만 원의 수익을 올린다.
누군가에게는 코웃음 칠 돈일지 모르지만, 이 돈은 내 자취방 월세를 해결하고도 남아 치킨 몇 마리를 더 시켜 먹을 수 있는 소중한 '제2의 월급'이다.
세상은 우리를 '쌀먹(게임 아이템을 팔아 쌀을 사 먹는다)'이라고 비하하지만, 나는 이 단어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다. 누군가는 주식을 하고, 누군가는 코인을 하고, 누군가는 배달을 한다. 나는 그저 게임이라는 가상공간을 나의 '디지털 사업장'으로 선택했을 뿐이다.
이 이야기는 게임 공략이 아니다. 리니지라이크라는 야생의 정글에서 살아남는 생존기이자, 놀이를 노동으로 치환해낸 어느 디지털 자영업자의 영업 비밀이다.
이제부터 나는 방구석에서 마우스 하나로 월세를 버는, 아주 현실적이고 타산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