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PC방 컴퓨터에서 3모니터 관제 센터가 되기까지
게임을 해서 돈을 번다는 것. 누군가는 그걸 '운'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푼돈 벌이'라고 깎아내린다. 하지만 나에게 이 일은 명확한 계기가 있는 '비즈니스'였다.
나의 첫 수익은 대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삼국지 온라인>이라는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사냥 도중 정말 우연히 희귀 등급의 카드를 획득했다. 소위 말하는 '자연산' 카드였다.
"학생, 그거 나한테 팔래? 120장 줄게."
길드 채팅창에 아이템을 올리자마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길드원 아저씨가 귓속말을 보냈다. 120장? 게임 머니 120만냥을 말하는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현금 120만 원이었다.
통장에 120만 원이 찍히던 그 순간, 내 머릿속의 회로 하나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갓 입학한 대학생에게 120만 원은 한 달 내내 편의점 알바를 뛰어야 만져볼까 말까 한 거금이었다. 그 돈이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들어온 것이다.
"아, 게임은 그냥 데이터 쪼가리가 아니구나. 이건 환금성 자산이구나."
그날의 경험은 강렬한 학습효과를 남겼다. 하지만 동시에 깨달았다. 로또 같은 '득템'만 바라고 게임을 해서는 월세는커녕 전기세도 못 건진다는 것을.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면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나의 '장비병' 아닌 '설비 투자'가 시작되었다.
처음 시작은 초라했다. 자본금이 없던 나는 이모를 졸랐다. 마침 이모네 지인분이 운영하던 PC방이 폐업을 하면서 컴퓨터를 처분한다고 했다. 나는 그곳에서 헐값에 가져온 중고 본체 한 대로 '쌀먹'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담배 냄새가 배어 있던 그 투박한 케이스의 컴퓨터가 나의 첫 '채굴기'였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돈이 되는 '리니지라이크' 류의 게임들은 갈수록 화려해졌고, 고사양을 요구했다. 폐업 PC방 출신 컴퓨터가 비명을 지르며 렉이 걸릴 때마다 내 수익도 멈췄다.
그때부터 나는 컴퓨터 하드웨어 공부를 시작했다. 어떤 CPU가 가성비가 좋은지, 다클라(여러 개의 게임 창을 띄우는 것)를 돌리려면 램은 얼마나 꽂아야 하는지, 그래픽카드는 무엇을 써야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가 좋은지.
배달 기사가 더 좋은 오토바이를 사듯, 나는 더 좋은 부품을 사 모았다. 용산 전자상가를 뒤지고 다나와 견적을 짜며 직접 조립까지 하게 되었다.
지금 내 방의 풍경은 흡사 소규모 '관제 센터'와 같다.
책상 위에는 모니터 3대가 요새처럼 둘러쳐져 있다. 메인 모니터는 주력 캐릭터를 컨트롤하고, 서브 모니터들은 시세를 확인하거나 보조 캐릭터들을 감시한다. 책상 한 켠에는 쓰다 남은 공기계 스마트폰과 태블릿 2~3대가 충전기에 꽂힌 채 대기 중이다.
물론 이 모든 기기를 24시간 풀가동하지는 않는다. 전기세 누진세 구간을 피하고 기기 수명을 관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껐다 켰다를 반복한다.
사람들은 묻는다. "게임하는데 무슨 모니터가 3개나 필요해?" 그럼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사장님이 일하려면 모니터 하나로는 부족하거든요."
나의 쌀먹 라이프는 '자연산 카드' 한 장의 행운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철저한 장비 빨과 세팅 노하우로 굴러가는 시스템이 되었다. 무자본 창업? 그런 건 없다. 120만 원의 짜릿함을 맛본 대가는, 끊임없는 하드웨어 공부와 재투자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