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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 Feb 08. 2024

소소한 일상 12

동굴 밖을 꿈꾸며

 느지막이 일어나 안방 문을 열었다. 오늘은 엄마도 늦잠을 자나 보다. 다른 때 같으면 눈이라도 떴을 텐데. 퍼뜩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엄마를 흔들어 깨웠다. 엄마는 내가 흔드는 대로 흔들릴 뿐 아무 움직임이 없다. 설마 이렇게? 정신없이 119에 전화를 했다.

 ”엄마가 눈을 안 떠요! “

 구급대원들이 와서 엄마를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돌아가셨습니다!”

 믿기지 않았다. 의사가 말한 1년, 딱 1년 만의 일이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발인 날은 겨울답지 않게 포근했다. 아파트 정문 앞 큰길에 비상등을 킨 차들 10여 대가 늘어서 있었다. 3일 내내 나와 엄마를 지켜 준 교회 친구들의 차였다.

‘울 엄마 마지막이 외롭지는 않겠네!’

 화장을 하고 강물에 엄마를 흘려보냈다. 난 나룻배를 타고 강 한가운데로 가고 싶다고 했지만 친구들이 단호하게 막았다.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결국 강가에 주저앉아 마지막 한 줌의 재까지 흘려보냈다. 거짓말 같은 하루였다.


 끝까지 우겨서 수술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를 수없이 생각했다. 엄마의 결정을 나는 왜 말리지 않은 걸까? 엄마가 힘든 게 불쌍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을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 내가 편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내가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고 보니 혼자 치열하게 싸웠을 엄마의 마음이 보인다. 당신의 목숨을 내놓고라도 딸의 삶을 돌려놓으려 했던 그 마음과 삶에 대한 본능적인 애착 사이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가. 금지옥엽으로 키우던 무남독녀를 위해 기꺼이 수술을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했던 나의 엄마!  



  지난 4일은 엄마 기일이었다. 엄마를 사진으로만 몇 번 본 가족들인지라 아무도 기억 못 하고 지나갔다.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해서 서운하진 않지만 이렇게라도 엄마를 기억하고 싶다. 아픈 기억이지만 이제는 서서히 그 동굴에서 나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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