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휴가(16)

고속버스는 어디서?-Busparkplatz?

by 애니

아쉬움 속에 짐을 챙겨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다 취소하고 남은 기간을 스위스에 머물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 땅에서 유럽 나오기가 그리 쉽지 않기에 이탈리아로 향했다. ‘밀라논나’의 영상 때문인지 밀라노를 간다는 생각에 살짝 설레기도 했다.

우린 경비도 아낄 겸 고속버스를 예약했었다. 비행기가 아닌 버스로 다른 나라를 갈 수 있다니! 예약증에 있는 대로 구글맵을 켜서 버스를 타러 갔다. 분명히 지도대로 왔는데 터미널이 없다.

‘지도를 잘못 봤나?‘

콩알이와 난 몇 번이고 구글맵과 우리가 서 있는 장소를 확인했다. 틀림없이 맞는데! 버스는커녕 인도인 가족만 있었다. 버스 주차 라인만 그려져 있을 뿐 우리가 생각하는 터미널 건물은 없었다. 아침부터 서둘러 왔지만 터미널을 찾을 수가 없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출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밀라노에 예약한 숙소 주인은 도착 시간에 맞춰 집으로 온다고 했는데. 그 버스를 못 타면 일정이 꼬일 게 뻔했다.

‘비싸더라도 그냥 기차를 탈 걸!‘

후회가 물밀 듯 밀려왔다. 콩알이는 예약 메일을 뒤져 보고 난 그 일대를 샅샅이 훑었다. 헛수고였다. 걱정 단계는 지나고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물어보련만 인도인 가족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힐끔힐끔 그 가족을 쳐다보다가 아빠인 듯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가 다가와 물었다.

“여기가 버스 타는 곳이니?”

그들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우리와 같은 처지라는 걸 알고는 묘한 동지애가 느껴졌다. 우린 한숨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도 몰라!”

그 남자가 손목시계를 보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엄마, 메일 왔어. 길이 밀려서 조금 늦는대!”

출발 10분 전이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뉴스에 나올 일이었다! 조금이라고 했으니 곧 오겠지! 그러나 우린 1시간 가까이 기다려 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느닷없이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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