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코에서 중고차를?(1)-날마다 도시락 3개!
두 아이와 남편의 도시락, 합해서 세 개의 도시락을 매일 쌌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2004년,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영국 학교는 도시락을 싸와야 했는데 샌드위치와 과일, 스낵, 물, 음료가 기본이었다. 그때 환율이 1파운드에 2,000원에 육박하던 때라 남편도 학교에서 사 먹는 게 부담스러워 남편 것까지 날마다 세 개의 도시락을 쌌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마트는 영국에서도 비싼 축에 속하는, 유기농 제품을 많이 파는 작은 규모의 웨이트로즈였다. 아주 급할 때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이었다. 난 자연스럽게 좀더 저렴한 테스코를 이용했다. 제일 가까운 테스코는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1주일에 한 번씩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테스코에서 장을 봐오려면 슈퍼맨급의 힘이 필요했다. 할머니들이 끌고 다니는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하나 사서 꽉꽉 채우다 못해 밖으로 흘리지 않게 끈으로 묶어 한 손에 잡고, 다른 한 손에는 또 다른 장바구니를 들었다. 체구도 작은 내가 그렇게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지나가면 영국인들이 슬쩍 훔쳐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럴 때는 어쩐지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주말에 남편이랑 같이 가면 수월하긴 했지만 혈기왕성한 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도 만만치 않아 주중에 혼자 갈 때가 더 많았다.
하루는 그렇게 이고 지고 장을 봐 오다가 이웃 영국 아줌마와 마주쳤다. 그것도 정면으로 말이다! 그 아줌마는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풍기는 표정을 나는 쉽게 읽었다.
‘이런, 안 됐구나! 어떻게 그렇게 하고 다니니? 차는 없니?’
그날 저녁, 남편에게 잔뜩 푸념을 늘어놓았다. 묵묵히 듣던 남편이 말했다.
“중고차 한 대 사자. 안 그래도 사야지 생각하고 있었어.”
그날부터 한인 신문이나 잡화점 문에 붙어 있는 쪽지를 공부하듯 읽기 시작했다(믿을 수 없겠지만 그때 영국의 잡화점 같은 곳 문엔 깨알 같은 글씨로 집을 세놓는다거나 중고물품을 판다는 작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쪽지에 적힌 차 대부분은 수동식이었고 어쩌다 나오는 오토식은 매우 비쌌다(우리나라는 자동차라면 당연히 오토가 아니던가?) 이대로 자동차를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 테스코에 갔다. 물론 장을 보러. 계산을 마치고 출구로 나오는데 게시판에 작은 쪽지가 다닥다닥 붙은 게 보였다. 무심결에 그걸 읽는데 눈이 번쩍 뜨였다.
“For sale, Nissan Primera, Automatic.”
게다가 850파운드라는, 듣도 보도 못한 가격이 적혀 있었다. 850파운드면 한달치 월세였지만 오토식 중고 자동차 가격으론 어림없는 가격이었다.
‘이건 우리를 위한 차다. 틀림없어!’
하지만 판매자의 연락처를 적을 쪽지도, 펜도 없었다. 그 당시의 난 핸드폰도 없었다(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남편 것만 샀다). 어떻게든 저걸 메모해야만 했다. 난 다짜고짜 계산대에 있는 직원에게 가 펜을 빌려 달라고 했다. 평소의 나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건다고? 게다가 짧은 영어로?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을 것 같은데 직원은 흔쾌히 웃으며 펜을 빌려 줬다. 난 영수증 한구석에 쪽지 내용을 그대로 베껴 써서 조심스럽게 지갑에 넣었다. 그리고 발걸음 가볍게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