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영국(11)

테스코에서 자동차를?(2)- 미스터 로라지

by 애니

남편이 들어오자마자 쪽지를 내밀었다.

“연락해 봐!”

마음이 급했다. 어쩐지 그 차는 우릴 위한 차 같았고 머뭇거리면 놓칠 것만 같았다. 아마 지나치게 싼 가격 때문에 더 조급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게 뭔데?”

영수증을 받아 들며 남편이 물었다. 난 자초지종 사정을 얘기하며 남편을 재촉했다. 급한 내 맘과 달리 남편은 코웃음을 쳤다.

“850파운드에 파는 차면 상태가 오죽하겠어? 사자마자 고장 날 게 뻔해!”

핀잔 섞인 코웃음에 화가 났다.

“그냥 전화해 보면 안 돼? 밑져야 본전 아냐? 차를 사자며? 아냐?”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왔다. 안 산다면 모를까 사기로 했다면 미룰 일이 아니었다. 차가 아쉬운 사람은 사실 나였으니까! 뜻밖의 반응에 놀랐는지 남편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전화 영어는 좀 어렵던데….”

남편의 혼잣말을 못 들은 체하고 거실을 나왔다. 잠시 뒤 말소리가 들리는 듯싶더니 곧 조용해졌다. 왜 벌써? 설마?

남편이 주방으로 왔다.

“여보, 자동차 주인이 차를 가지고 우리 집으로 지금 오겠대. 내가 아직 길을 잘 못 찾을 거라고. 30분 뒤에 오겠다는데? “

뭐지? 이 갑작스런 전개는? 남편 말대로 차에 문제가 있어서 어떻게든 우리한테 떠넘기려는 건가? 문득 불안감이 확 밀려왔다. 쪽지를 보고 중고차 거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상하지 않아? 일부러 차를 가지고 온다니! 뭔가 딴마음이 있는 것 같아!”

“그런가? 목소리나 말투는 굉장히 나이스하던데? ”

아무래도 영국에 온 뒤 의심병이 생긴 것 같았다. 아니, 이 정도는 의심해야 하는 거 아냐? 그래도 이 집에 우리 식구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게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우린 거실 창가에서 마당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드디어 낯선 차가 한 대 들어왔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발이 나왔다. 그리고 한 사람이 천천히 내렸다. 응? 우린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동차 주인은 우리의 걱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백발이 성성한, 선한 인상의 할아버지가 차에서 내렸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우린 거실에 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차는 10년이 넘었고 뒤에 요트를 연결해서 끌고 다녔다고 했다. 원하면 우리를 태우고 동네를 돌며 차의 성능을 살펴보라고 했다. 아무리 봐도 사기를 치거나 위험한 사람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남편은 할아버지를 따라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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