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출에 대한 생각
상경한 뒤 나에게 세 번째로 생긴 취미가 방탈출이다.
(첫 번째, 두 번째는 다음 글에서)
사실 소득이 없었던 대학생 시절이었다면 주변에 방탈출카페가 많았어도 자주 갈 수가 없을 정도로 돈이 드는 취미이긴 하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나는 달리 돈을 쓸 데가 없었고, 그리고 애초에 방탈출에 쓰이는 돈은 '그 만한 가치가 있는' 충분한 비용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방탈출의 특출 난 장점은 추리나, 스토리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세트장처럼 연출된 공간이 주는 비현실성에 있다.
게임이야 보드게임도 많고 컴퓨터나 핸드폰으로도 언제든 할 수 있다. 전율이 이는 추리영화도 많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1시간 동안 온전히 어떤 세계관에 들어가서 주인공처럼 몰입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나는 거기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기분을 좋아한다. 놓치고 싶지 않다.
디테일한 테마의 경우에는 비행기 좌석을 통째로 뜯어다 구현해놓기도 하고, 추억의 문방구 앞 오락기도 작동한다. 조선시대 초가집이나 돌담길, 아마존 강물을 건너는 배까지 있다. 그 압도적인 스케일을 겪어보면 잊지 못할 것이다.
나만의 전략인데, 초심자 지인을 데려갈 땐 무조건 인테리어가 잘 된 곳으로 데려간다. 문제는 잘 풀지 못 풀지 장담할 순 없지만, 인테리어는 한 방이다. '여기는 다른 곳이구나' 하는 신기한 체험이라고 느끼게 만들면 그다음도 쉬워진다. 물론 성공의 경험까지 함께 안겨주면 금상첨화다.
방탈출도 세대가 나뉘는데 내가 체감하기로는, 1세대는 거의 현장 연출에서 단서와 암호를 많이 풀어내는 형태고 2세대부터는 장치가 조금씩 부각되고, 3세대는 스토리의 흐름과 무드를 더욱 중시한다. 이쯤부터는 크라임씬 형태의 롤플레잉이 더 가미되기도 한다.
나는 거의 2~3세대 위주로 플레이했다.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원하는 만큼 자주 하지는 못했지만 기회만 보이면 방탈출 염불을 욌다. 누군가는 회사탈출을 못해서 방탈출을 하는 거냐고 했다. 그런 이유도 한몫했을 수도 있지만, 뭔가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목적보다는 그 자체가 너무 좋아서 하고 싶었다.
코로나 시절을 겪으면서 죽은 듯이 지냈다. 밀폐된 공간에서 누가 만졌는지 모를 물건을 만지는 건 위험해 보였으니까. 그저 그 시간 동안 내가 사랑했던 방탈출 카페들이 부디 살아남아주길 바랄 뿐이었다.
다행히 지금도 남아있는 방탈출은 많이 있다. "살아남은 방탈출"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알짜배기들일 것이다. 유명한 곳은 지치지도 않고 예약매진이다. 선착순에 들지 못해서 내가 가지 못해도 방탈출이 이렇게 건재하다는 것에 한편으로 안도감을 느낀다.
어떤 사람은 '왜 돈 주고 고통을 받느냐?'라고 했다. 초점이 문제풀이에 있었다면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그 공간이 좋다. 물론 탈출 실패하는 것보다 성공하는 게 더 좋지만 뭐든 그 시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