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박물관에 대한 관심
상경하게 된 이유 상위권에 드는 요소 중 하나가 전시회의 다양성에 있다.
물론 내가 있던 곳도 제2의 도시인만큼 유명한 작가의 전시도 가끔 열렸고 나름 큰 시립미술관도 있었지만 그게 다였다.
그런데 서울은 별천지다.
현대미술관, 시립미술관, 중앙박물관 같은 큰 미술관만 해도 3개가 넘는다. 예술의전당도 있다. 마이아트뮤지엄에는 늘 굵직한 기획전시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 아트선재, 리움미술관, 아모레미술관... 아직 못 가본 곳도 많다. 조금 근교로 빠지면 호암미술관, 환기미술관.. 심지어 퐁피두센터 한국도 63빌딩에 들어선다. 유명 작가 전시가 겹쳐서 동시에 두 곳의 미술관에서 각각 다른 작품을 전시하기도 한다(이게 무슨 호사란 밀인가!). 이걸 다 누리려면 정말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이걸 인프라 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로 오고 싶었던 거다. 그런 것치고 대단히 많은 전시를 다니진 못했지만 '없어서 겨우 하나 보러 가는 것'과 '많은 것 중 선택해서 보러 가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잡소리가 길었다. 아무튼 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좋아한다. 앞서 방탈출 때도 그랬지만 나는 공간이 주는 만족감에 우선순위를 두는 편이다. 전시관의 공간이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건축물 또한 하나의 작품이라는 뜻이 된다.
대부분의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은 그들만의 기획의도를 가지고 건물 외관부터 각 층 구조, 조명까지 조성되어 있다. 그렇게 잘 조성된 건물 안에 들어와 있으면 잘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나 또한 이 공간에 걸맞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색다른 공간의 색다른 주인공이 되는 거다.
위의 이유로 각 미술관의 굿즈를 모으는 것도 좋아한다. 미술관 굿즈 모으는 건 외국 미술관에서 기념품을 사기 시작하면서 이어졌는데, 여느 기념품의 역할과 마찬가지로 모아두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각 장소마다 본인(?)들의 어떤 점을 아이덴티티로 여기는지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요즘은 sns 인증샷 문화 덕분인지 옛날에 비해서 전시를 찾는 대중이 많아졌다. 이런 대중성이 궁극적으로는 더 다양한 지역에 더 많은 전시로 이어져서 어릴 때부터 '누구나' 향유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듯한데, 미술관은 누군가의 선망의 대상 혹은 어려운 곳이 되기보다는 카페, 식당 내지는 오락실, 만화방처럼 언제든 떠올리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미술관이 생기고, 이와 관련된 인력도 생겨야겠지... 예술하는 사람들이 먹고살 길을 한 가닥 더 늘려줄 수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더 좋은 작가가 나올 수도 있고.
사실 부끄럽지만 나는 우리나라 작가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직까지는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옛날 유명 화가 혹은 외국 작가들 위주로 취사선택을 하고 있는데,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도 갤러리(=판매를 겸하는 전시장) 외에도 쉽게 볼 수 있게 되면 나 같은 사람들이 눈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대단히 헛소리에 가까운 말인 거 나도 안다. 이 글은 퇴고가 없는 뻘글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시 보면서 헛소리는 빠르게 지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