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의 우선순위_3.공연

콘서트, 연주회, 페스티벌

by 야수

사실 상경할 즈음에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이돌(연예인)이었다. 콘서트를 할 때마다 왕복차편, 많게는 숙소와 당일치기 동선(보통 여기에 전시회나 다른 공연이 포함됨)을 짜고 휴가일정을 맞추는 수고로움을 더한다. 만약 표를 못 구해서 개인에게 양도라도 받을라치면 이 고생을 했는데 사기당한 것은 아닐지. 공연장에 입장하는 그 순간까지 불안함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선 저녁시간에 지하철 좀 타면 대부분 갈 수 있다. 끝나고도 대중교통을 타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심적 부담은 반으로 줄어든다.


지방에서 하는 공연의 횟수는 전시와 마찬가지로 서울과 비교도 안된다. 심지어 내가 봤던 어떤 뮤지컬은 서울에선 실제로 악기연주를 하고, 지방에서는 음원을 틀었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나도 그땐 빈정이 상했었다. 또 말이 샜는데, 아무튼 나는 공연을 더 많이 편하게 보고 싶었다.


한을 풀듯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아쉽게도 상경 이후 군입대로 인해 거의 공백기가 대부분이었다..), 오케스트라 공연, 뮤지컬을 비롯해 각종 락페, 재즈페 열심히 쏘다니는 중이다.


특히 뮤지컬은 아이돌 공백기에 맞물려 새롭게 시작된 취미덕질이 됐다. 뮤지컬도 세트와 조명연출을 보는 재미가 대단하다. 대극장은 그 스케일에 놀라고, 소극장은 한정된 공간을 머리 좋게 다방면으로 사용하는 연출에 감탄하게 된다.


페스티벌은 어려서부터 정말 궁금했다. 잡지로만 보던 '펜타포트 릭페스티벌'에 각종 에스닉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신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시절엔 지금 같이 인터넷 정보의 홍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페스티벌이란 정말로 미지의 세계 같았다. 락덕후도 아니면서 지산락페 펜타 다 가고 그린플러그드, 슬라슬라, 서재페, 자라섬 열심히 갔다. (지금은 체력의 한계로 한 해에 락페 하나, 재즈페 하나 정도 가는 듯...) 하루종일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에서 나는 아무 데나 자리 깔고 앉아서 음악 듣고, 그러다 졸고 싶을 때 졸고, 좋아하는 밴드 음악에 다 같이 몸을 들썩이고, 탁 트인 곳에서 아무렇게나 머리를 흔들다가 문득 민망해서 옆을 보면 모두가 똑같이 무아지경이 되어있고... 더워서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도 그 나름의 낭만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초가을 잔디밭에서 맞는 밤바람이 어디까지 차디차지는지도 알고 있다.


최근에는 임윤찬을 필두로 해서 클래식 공연에도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조금 더 음향이 좋은 공연장에서 듣고 싶단 일념으로 통영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좋긴 좋더라. 울림이 청아하고 맑게 퍼져서 피아노 소리가 더 예쁘게 들렸다.


미술관처럼 공연장마다 특색이 있어서 예쁘고 웅장한 내외부를 구경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다. 콘서트용 체육관들이야 대단한 아름다움은 없겠지만 그 나름의 향수가 있을 테고.


차라리 클래식이면 클래식, 뮤지컬이면 뮤지컬. 하나만 꽂혔으면 좋겠는데 보고 싶은 장르가 많아지니 눈 돌리면 또 공연이다. 정말 돈 많이 들어가는 취미인데... 이거 생각하면 방탈출은 양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재미의 우선순위_2.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