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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얏삐 Nov 06. 2023

솔직해지기로 했다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순간, 우리는 불행에서 한 발짝 멀어질 수 있다


난 거짓말에 능하다. 거짓말로 상대를 속이거나 이용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나의 거짓말은 공격보다는 수비의 의미가 강하다. 진실을 말하고 싶지 않을 때, 그럴 때 나는 거짓말을 굉장히 잘한다. 물 흐르듯, 혀가 제멋대로 움직인다. 거짓말에 능하다고 해도 나는 진실되고 솔직한 편이다. 때로는 지나치게 솔직하고, 과하게 진실되려는 마음에 죄책감도 쉽게 느낀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눈치챌 것이다. 그렇지만 티가 나지 않게 완벽히 상대를 설득시키는 것은 내게 중요한 바는 아니다. 나만의 진실을 지키고자 할 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나의 의견이 다수와 다를 때이다. 내가 말하는 것이 지지를 받지 못할 것 같을 때, 나는 나의 소중한 ‘진실’이 냉혹한 세상의 시선에 주눅 들어 버릴까 밖으로 꺼내놓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화상대에게 나는 내 의견을 설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행여 용기 내어 나의 의견을 말했더라도, 그것에 반대하는 상대를 굳이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 대비 설득의 성공이라는 결과를 봤을 때,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힘들게 나와는 입장이 다른 사람을 나의 의견에 동의시키기보다는, 이미 비슷한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간편함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이렇게 내 의견이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 같을 때, 나는 거짓말을 한다. 대충 눈치로 입장을 정하고 머릿속의 정보를 끌어모아 그럴듯한 논리를 가져다 붙인다. 터무니없는 거짓말밖에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으면, ‘난 잘 모르겠어’ 카드를 꺼내 이마에 붙여두고 입을 다문다. 가끔은 그렇게 내 의견을 밝히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만 듣는 것도 흥미롭다.


다른 사람과 친해지고 싶지 않을 때, 거리를 두고 싶을 때도 거짓말을 사용한다. 티가 날 것이 뻔한 거짓말을 한다. 나는 이럴 경우마다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상대가 눈치챌 걸 알면서도 내 거짓말을 상대가 정말로 믿어주길 바란다. 혹시라도 내 거짓말에 모순되는 행동을 할까 조심한다. 상대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사실, ‘거리두기’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티가 많이 나야 한다. 자연스러운 거짓말과 이후 일관되게 나의 거짓말을 뒷받침하는 행동들로 인해, 내 의도는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해서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되려 티가 나게 거짓말을 하고는 당당하게 거짓말을 한 사실을, 거리를 두고자 하는 마음을 인정하려고 노력한다.



원치 않는 일을 할 때의 나는 매일매일 거짓된 리액션과 말을 내뱉는다. 나의 자연스러운 자동반사 거짓말 기능 덕에, 첫날부터 페르소나를 만들어 그에 맞춰 일관된 답변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챘을 리 없다. 내가 현재 일이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성장하고자 목말라 있는 분야에 대해 배울 수 없다는 것도, 사람들의 분위기가 나와 맞지 않는 것도, 조직문화의 탓도 있지만, 가장 크게는 내가 매일매일 거짓 연기를 해야 하는 데서 오는 체력 소모 때문일 것이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속이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 그들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의 마음을 진실되게 표현해내야 한다. 나를 가리기 위해 썼던 가면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솔직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들도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기회를 줘야 한다. 솔직한 나의 마음과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과정이 투박해서 상처 주는 일만 없으면 되는 것이다.



진실한 나의 모습을 투명하고 떳떳하게 보일 수 있게 되는 순간, 다른 사람과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 매일매일 솔직해지려고 한다.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순간, 우리는 불행에서 한 발짝 멀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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