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운 일상의 4월 3주차
나도 요즘 내가 무섭다. 무슨 바람이 들어서 이렇게 브런치를 열심히 하는 것인가. 실제로 많은 이가 보지는 않지만, 보고자하면 얼마든지 노출될 수 있는 곳에.
부캐로 키우기 시작한 인스타그램을 너무 열심히(제 딴엔 최선이었어요)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남에게 보여지는 글을 쓰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점점 인스타에 올리는 글의 호흡이 너무 짧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글-력을 키우기 위해 역시 많은 글쓴이들의 성지인 브런치를 다시 찾게됐다. 추천되는 글을 보다보면 종종 브런치라는 공간이 쓰는 헬스장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예를들면 이런거다 - [안녕하세요. 여기 헬스장 오래 다니셨나봐요? 아, 저는 작가 등록한지 한 1년 정도 됐는데 다시 나오기 시작한 건 거의 6개월만인 것 같네요. 얼마전에 인바디를 쟀는데 글-력 부족이라고 해서 다시 운동 시작하려고 매거진을 하나 만들었어요. 출간작가 이런건 바라지도 않고 그냥 꾸준히 써서 3대 100까지만 하는게 목표예요. 네? 그것도 과분하다구요? 초면에 무례하시군요!]
항상 나만보는 메모장, 아무도 이웃 안해주는 블로그에만 끄적이던 날 것의 생각들을 남이 볼 수 있게 다듬는 것은 단지 메모하는 부지런을 넘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문장을 다듬어야하고,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맥락도 곁들여야 한다. 내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한 인간이라는 증명을 위한 적당한 일코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글에서는 망한 것 같다. 망한 것 같아도 기어코 발행하고 싶은 욕구를 막을 수 없는 걸 보니 나도 알고보면 semi-관종인게 분명함)
그러나 글에도 화자 지향적인 것과 독자 지향적인 것이 있을테니(아, 벌써 지루하다. 이 글은 화자지향적이니 용서해주시길), 이 곳에서는 읽는 이보다 나에게 집중하겠다.
21년 4월 12일 - 18일의 기록
브런치에 올리기엔 잡스럽지만 블로그에 올리기엔 쓸데없이 진지한 것들의 모음집.
친환경은 정녕 되는 주식인가
3번째 계정으로 친환경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가 본인이 친환경적이지가 않아서 콘텐츠 부족으로 작심삼일만 겨우 면한 계정. 업로드는 커녕 일체 활동을 안하는데도 팔로워나 좋아요가 종종 유입된다. 그렇다고 저 4개의 포스팅이 걸작이거나 그런것도 아니다.
짧지만 잠깐의 친환경스타그램을 탐색하면서, 확실히 친환경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남의 한복판에 열렸던 일상비일상의 틈 첫 전시가 친환경 주제였던 것도 그렇고, 예전에 친환경이라는 개념은 철저히 비주류였는데 이제는 주류까지는 아니더라도 통념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나는 궁금하다. 종국에 친환경은 그저 상업화에 이용될지, 아니면 자본주의 시장이 친환경적으로 나아가게 될지.
친환경을 갑자기 왜 주식에 빗대나 했더니..
온통 생각이 주식에 있기 때문^.^ GME는 하지 않았으나 대신 우량주로 물리는 흑우가 여기있습니다. 솔직히 작년말부터 연초까지만해도 '돈 버는게 이렇게 쉬운거구나, 하마터면 노동으로 돈을 모을 뻔했어. 나도 이제부터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다! 자본주의 최고!' 라고 생각했다. 정말 거짓말처럼 넣기만하면 다음날 0%, 00%는 쑥쑥 올라있었다. 그 때 뺐어야하는데....
요즘엔 사람들이 코인 이야기를 그렇게 하더라. 주식해서 언제 돈 버냔다. 이거 내가 얼마전에 적금하는 친구한테 하던 얘긴데? 정말 그 세계는 [돈복사]가 가능한건가요? 언제쯤 노동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도 자본가 하고 싶다.
현실은 너무나 성실한 노동자
주식에 물려있는 요즘은 그렇게 노동에 충실할 수가 없다. 계속 이슈가 터져서 야근하는 중^.^
먼저 퇴근하는 디자이너 C님이 서프라이즈로 배민 배달을 해줬다. 내가 좀 까탈스러울 정도로 커피에 집착한다는 걸 알고 배민어플 평점이랑 리뷰까지 다 체크해봤다는 당신..왜 이렇게 사랑스럽죠...?
배달 왔을 때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배달부의 방문에 깜짝 놀랐는데, 배달하시는 분이 '(내 이름)..님이신가요?'라고 매우 의심스럽게 물어보시길래 나도 얼떨떨하게 '네..'하고 받았는데 배달부가 가고 영수증을 보니 이쁜 00님한테 전달해달라고 써있었다^^ 하지만 당시 사무실에 이쁜 00은 없고 찌든 00만 있었지. 그래도 오배송은 아니니 안심하세요 배달부님.
로동자에게 해방...아아니 전망을!
지난 번에 이야기했듯이 열심히 사무실 알아보러 다니는 중. 이 멋진 전망이 보이는 건물은 우리가 입주할 조건은 안되지만, 대표 H님이 나에게 꼭 강남 전망의 위엄을 보여주고 싶다며 보여줌.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이런 곳에 입성하는 날까지^^777 혹시 이걸 노린 빌드업인가요?
[어떤 관계들] Epilogue - 이런 관계도 있다는 걸
주말에 첫 직장 친구를 만났다. 회사다닐때는 물론, 퇴사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자주 보고 매일 연락을 하던 친구였는데 한동안 연락을 못하다가 오랜만에 만났다. 친구가 [이야 -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라는 말이 새삼스럽고 씁쓸했다.
친구는 나에게 요즘 만나는 사람을 소개시켜줬다.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준게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그게 또 너무 고맙고. 나는 우리가 연락을 자주 안하면서 이제 우리 관계도 서서히 끝이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친구는 그저 잠시 못 만나고 있는 중이라고만 생각했는지도. 내가 더 잘할게..
그러다가 함께 친했던 같은직장 언니도 합류해서 우리는 넷이서 술판을 벌렸다. 그래봤자 10시엔 헤어져야 했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데도 그냥 주말 지나고 본 것처럼 자연스럽게 드립을 날리고, 웃고 떠들 수 있는 사이가 이제는 몇이나 될까. 역시 내가 더 잘할게..
감성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다음날은 사운즈 한남에 있는 와인바 라스트페이지. 진.짜 너.무 좋다.
나는 와인재질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다해버리면 어쩔 수 없잖아?
그냥 평범하게 찍어도 감성 한가득인데. 잔든건 찍겠다고 와인잔에 입술 그려서-와인잔에 그리라고 매직을 제공해준다-나대다가 각자 이름 써서 떼샷 찍겠다고 또 난리난리.
솔직히 내가 그린 잔든건 와인잔은 인기 대폭발이었다. semi-관종은 여기서 또 뿌듯함을 느낌.
덕분에 몇 개월만에 카톡 프사도 좀 바꿨다.(잔든건은 아니지만)
그래서 이 글이 블로그랑 다를게 뭐냐구요? 몰라요 나도.
인간적으로 4개까진 써보련다. 혹시 아나. 친환경스타그램처럼 누군가 쏠쏠히 보러와줄지. - semi-관종의 일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