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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Apr 26. 2021

[단.상] 열심히 산다는건 뭘까

단조로운 일상의 4월 4주차

이번 주는 진짜 몸이 갈리는게 이런거구나 싶을 정도로 꽉꽉 채워살았다. 회사에 이슈가 있어서 약속이 없는 날에는 계속 야근을 했다. 막차가 끊겨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했다. '오또택(오늘도 또 택시)'을 술이 아니고 일 때문에 외치는 날이 오다니. 틈틈이 친구들도 만났다. 게다가 피곤해 죽겠는데 괜히 글 쓴답시고 더 늦게자고. 주말에는 친구의 결혼식 축사를 하기로 해서 축사 대본+연습+결혼식까지 미션 클리어. 이번 한 주를 돌아보면 딱 드는 생각은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열심히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열정페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누가 좋아하겠느냐만은, 대학생 때 열정페이의 현실에 대한 고발을 너무 많이 본 건지 열정페이란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기득권층에 의한 착취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첫 취업한 직군이 마음에 안들어서 전직을 하고싶었으나 나이는 많아졌는데 연봉은 적어지는 것, 원래 받던 연봉보다 터무니없이 많이 깎이는 것이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남들은 열심히 연봉을 올리고 있는 판에!


이런 나인데, 요새 계속 야근을 하고 주말출근을 하는 나를 보고 누군가 '주는 만큼 일해라', '헌신하다 헌신짝 된다'라는 말을 한다. 발끈하는 마음에, 속으로 '저도 하고싶어서 하는게 아니거든요? 일말의 책임감이거든요?' 라고 반항하다가, 이 [책임감]이라는 것이 내가 호구라는 반증인가 헷갈린다. 정말 이 가격(연봉)에 풀 야근에 주말출근의 책임을 지는게 가당한가?


열정페이와는 달리, 한편에서는 열정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 같다. 비(정지훈), 유노윤호가 대표적인 예시가 아닐까. 사람들은 열정이 넘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희화화하기도 하고, 존경의 표시를 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너 진짜 열심히 산다'라는 말을 듣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그렇게까지 대단하게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엄청 대단하다는 듯이 이야기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말 안에는 '뭘 그렇게까지 피곤하게 살지'싶은 듯한 어조와 '나는 저렇게까진 안해'라며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보는 시선이 섞여있다고 느꼈다. 아마 비와 유노윤호가 마냥 존경만 받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희화화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 아닐까.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열심히 산다는 건, 때때로 내가 호구같다는 느낌을 들게한다. 하지만 비나 유노윤호의 삶을 반추해보면 그런 열심이 있었기에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정상에 머무를 수 있었는지도.(유노윤호는...R.I.P) 이러니저러니해도 열심을 다해 살아야겠지 나도. 태생이 모든걸 갖추고 태어난 금수저도 아니고.


그래서, 열심히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회사일도 정말 많이하고, 틈틈이 친구들도 만나고 글(자기개발)도 꾸준히 썼어.] 이러면 열심히 산 것일까. 분명 이런 일상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일상생활을 지속하려면 서서히 약속을 줄이거나, 자기개발을 놓거나, 회사에 애정을 덜 쏟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까. 나는 사람도 많이 만나고 싶고, 내 자신도 계속 발전하고 싶고, 커리어적로도 성공하고 싶은데. 하지만 나는 만능인이 아니므로 어느 한 부분에는 게으른 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아- 서글픈 인생이여.



[단.상] : 단조로운 일상(Yawny Routine) 4월 4호

21년 4월 19일 - 25일의 기록

브런치에 올리기엔 잡스럽지만 블로그에 올리기엔 쓸데없이 진지한 것들의 모음집.



사랑해요 이동진

지난주에는 관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는데, 내가 너무 좋아하는 동진이형이 유퀴즈에 나와서 언급한 토이스토리3 한줄평이 너무 와닿았다. 동진님 빨간책방 시절 너무 그립습니다..ㅠㅠ



축사는 실전이야

나랑 제일 친한 친구가 토요일에 결혼을 했다. 다른친구와 나 두명이서 축사를 하기로 하고 밤마다 계속 대본을 고치고, 틈틈이 연습을 했다. 나는 닥치면 실감하는 스타일이라 대본을 짤 때는 축사 까짓거 뭐 외워서 하는 것도 아닌데 어려울 거 있나~ 생각하면서 나름의 위트도 넣고 여유 만만하게 연습을 해갔다...(^.^)

그런데 웬걸, 막상 무대(?)에 서니까 미친듯이 떨리는 것이다. 하필 평소에 안신던 높은 굽은 떨리는 몸의 중심을 잡기 더 어렵게 했다ㅠㅠ 결국...중간중간 호흡 조절도 실패하고, 야심차게 넣었던 위트는.......내가 피식 웃는 바람에 무참히 실패했다^_ㅠ 미안해 친구야..다음생엔 더 잘할게...



당말맞..

갑자기 유튜브에 침착맨이 "서울사람들은 (경기권 친구들을) 그렇게 쉽게 사당에서 만나주지 않는다"라고 일침하는 영상이 뜨길래 봤더니 댓글이 너무 웃겨서ㅋㅋㅋㅋㅋㅋ아 나는 이런게 너무 웃기다..

근데 사당에 진짜 할거 없어연...-ㅅㅠ 솔찌키 강남까지는 비슷하잖아~? 나도 수원 살아봤다구~

(수원은 양호한거라면 죄송합니다)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네이버 웹툰 김8 작가의 [이기자, 그린]을 다시 정주행하다가 너무 좋았던 장면. 어떤게 좋은 것인지 아직 알지 못하지만 그저 씁니다.

(난 아직까진 내가 쓰고싶은 글이 좋다. 이러면 일기와 뭐가 다르지 싶으면서도..)



(일시적)퇴사 파티

개인사정으로 다른 일 때문에 3개월간 회사를 떠나있게 되었다. 아마 틈틈이 사무실에 갈 수는 있겠지만, 공식적으로는 떠나는 것이니 마지막 파티를 열었다. (그리고 다음날 주말출근^.^)

3개월 후 다시 돌아갈 것을 서로 이야기하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으리라는 것을 각자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거 참...뭐라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짧았지만 나에게 회사라는 존재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게 해준 곳이다. 좋은 의미로. 앞으로 우리의 인연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지금 같아서는 계속 함께하기를 바라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니 섣불리 이야기 할 수 없다.


유튜버의 삶

목이 다 늘어난 티를 입고 우주 별의 숫자를 계산하며 '유튜버는 이런거 하는 사람이죠~'라며 해맑게 말하는 우리 슈카횽.. 진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유튜버다. 사회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이 정말 예리하다고 느끼는데, 이런 '똑똑함'이 너무 좋다. 커뮤니티를 5개는 둘러본다는데 다양한 성격의 커뮤를 눈팅하면서 각 사회계층의 의견을 보고, 분석할 슈카가 넘 멋진 것... 당신 단순히 경제 유튜버라고만 불리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에요...


맛깔나는 광고

탈잉 광고가 너무 설득력 있어서 하마터면 결제할 뻔했다;

출근 직전 집에서 만드는 스타벅스 커피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대망의 날

대망의 친구 결혼식...진짜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너는 가는거니 유부의 세계로?

친구 신혼집도 원래 살던 곳과 매우 가깝고,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는데도 왠지 많은게 달라지는 기분이다. 사실 달라지는게 맞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결혼식만 가면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그렇게 눈물이 났었다. 그것은 아마 나는 이렇게 사랑의 결실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절망감이 섞여있었으리라. 그때라고해서 연애를 안하고 있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옛날일수록 초조할 건 없었는데. 이제는 누군가의 결혼식에 가도 별 감흥이 없다. 아 - 나도 언젠간 이 어마어마한 숙제를 치러야한다니.. 하는 생각 뿐이다. (기념일이나 행사 기획 못하는 편)


이 날은 축사 때문에 제일 앞자리에 앉아 결혼식을 볼 수 있었는데, 나는 울지 않을거라 확신했다.(다행히 축사 때는 너무 긴장돼서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친구로부터 본인 사진을 꼭 예쁘게 찍으라는 중대한 미션을 받은 상태이므로 여기에 더 신경이 쓰이는 상태였다. 그런데 식순이 다 끝나고, 신랑신부가 친구의 부모님께 인사하려고 섰는데 친구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다. 이 친구의 사정을 알기에 나는 같이 마음이 먹먹해졌다. 저기에 서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이 있었을까(모두가 그렇듯이). 그저 두 사람과 두 가정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그리고 오늘...모든 미션을 완수한 나는 시체처럼 자고, 먹고, 햇빛은 일체 못본 완벽한 집순이의 하루를 보냈다.

충전 끝! 다시 한주를 열심히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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