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운 일상의 5월 2주차
지난 한 주 정말 푹-쉬었다. 비록 마지막 날 망할 두통 때문에 아름다운 끝을 장식하진 못했지만.
쉬는 동안 글도 많이 썼고, 회사의 방향성과 내 역할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핫플 거리를 여유롭게 활보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이거 왠지 타이틀 감인데?'하면서 쓴 글이 정말로 다음날 다음 메인에 걸렸다. 남들처럼 몇 만 뷰, 혹은 수백 회의 공유, 수십 개의 좋아요와 댓글 같은 건 없었지만 그래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나에게 지구력을 더해주는 소소한 기쁨이었다. 인스타그램도 자주 업로드하니 오랜 슬럼프를 극복하고 지표가 개선됐다.
아, 역시 나는 프리랜서 체질인가봐. 혼자 일하니까 이렇게 빵빵 터지네?
라고 생각하고 하루, 이틀.. 시간이 갈수록 이상하게 불면이 심해졌다.
예전처럼 회사가기가 두려운 것도, 그렇다고 일자리가 없어서 불안정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밤에 편히 잠들 수가 없었다.
아무리 ASMR용 영상을 낮게 틀어놔도 잠이 안와서 포기하고 웹툰을 보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눈을 감고 있다가, 역시 잠이 안와서 시계를 보면 새벽 4:25. 이대로 잠들면 늦은 오전이나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나고 난 또 후회를 하겠지. 그런 압박감에 더 잠을 잘 수 없고 그러다보니 일어나는 시간은 정말로 늦어진다. 또다시 취준 때처럼 밤낮이 뒤바뀌어가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 난 회사를 다니면 불행하지만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불안하다. 사회에서 도태되고 잊혀질 것 같고 결국엔 존재가 사라질 것 같다. 어쩌면 이게 내가 회사를 다니는 근본적인 이유였을지도. 내 존재감, 내 영향력, 내 가치. 회사 안에서 이런 것들이 내가 생각하는 만큼 실현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나는 회사를 떠났다. 내 존재의 이유를 찾아줄 다른 회사로. 이게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회사는 나의 자존감 메이커가 아니므로. 게다가 어떤 회사도 나의 자아를 다 담아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회사에서 그런 것들을 찾았던 것이 내 불행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나는 그것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조직생활이 주는 안도감이 있다. 집단 내에서 점점 인정을 받을 때 내가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것이 주입식 교육의 폐해일까, 혹은 권위주의적 사회의 병폐일까. 나는 내 자신이 좋아하는 모습보다 다수의 타인, 혹은 권위자가 인정해주는 내 모습이 더 바람직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집단 밖에서의 내 모습은 내가 진정 원하는 모습이기는하나,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기에 불안하다. 나는 일주일 후 복귀하게 되어있었지만 내가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내 부재가 나에게 독이 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 했다. 지난 일주일은 너무 행복했지만, 한 켠에서는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듯 정서적으로 불안했다. 현실에 익숙해진 어른이 너무 오랜 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그런 어른은 원하던 자유를 갖게되면 더 불안하다.
어찌됐든 나는 다시 조직생활로 복귀한다. 이 복귀가 불행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겁이 난다. 타성에 젖은 사람이 될까봐 두렵다. 복귀 후 내 조직생활의 목표는 두 가지이다. 조직 내에서 나의 역할 다해내기, 나 자신을 조직과 분리하기. 조직에 다 할 책임을 다하고, 내 자신도 준비가 되었다고 느낄 때 나는 비로소 홀로 설 수 있겠지.
21년 5월 3일 - 5월 9일의 기록
브런치에 올리기엔 잡스럽지만 블로그에 올리기엔 쓸데없이 진지한 것들의 모음집.
혼커는 좋은데 혼밥은 좀 쑥스럽다
얼마전 친구들과 함께 가서 너무 맛있었던 성수의 르프리크에 혼자 방문했다. 평일 점심시간 이후였는데도 웨이팅이 조금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
나는 진짜 아무 생각 없었는데, 막상 가니 너무 다들 인싸처럼 활발하게 웨이터들과 담소도 나누고(?) 북적거려서 약간 민망했다. 하필 자리가 4인석 테이블이 나서 사람들이 많은 와중에 나 혼자 4인 테이블에 배당받아 덩그러니 앉아 먹었다. 이 날은 기분이 참 이상했다. 왠지 그냥, 혼자 타지를 여행 중이었고 그게 분명 나쁘지 않았는데 갑자기, 정말 갑자기 외로워지는 듯한 그런 낯선 기분이었다. 그래도 르프리크는 맛있다. 알감자는 꼭 드시길.
이것이 그 유명한 곰표X콜라보
집 앞 편의점에서 발견한 곰표X스와니코코 콜라보 핸드크림. 곰표가 요새 소비재와 콜라보를 많이한다고 마케터들 사이에서 핫한데 나도 드디어 실물을 봤다! 이거 바르면 제 흙빛 손도 밀가루처럼 뽀-얘지나요?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자란다 자란다! 내새끼 내새끼 내새끼!
나는 원래 휴무인데 그 날이 공휴일이면 뭐다? 배아프다! 하지만 그렇게 못된 심보 가지면 안되겠죠ㅎ
어린이날도 출근하신 애인님을 애도하며 혼자 신나게 서촌으로 놀러갔다. 그런데 갑자기 애인님이 서촌 자랑을 해보라는 것..? 그래서 사진 몇 장 보내줬더니 본인도 뽐뿌오셨는지 서촌으로 깜짝방문을 했다ㅋㅋㅋㅋ혼자 카페에 있는데 빨리 나오라길래 장난치는 줄 알고 '나 자리 뺏기게 하려고 뻥치는거지?'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피해망상 말기 같네ㅋㅋㅋㅋ 여튼 우리는 원모어백과 OFR Seoul을 들렀다가 맛있는 밥을 먹고 체력 방전되었다는 해피엔딩.
생각해보니 이날은 부트카페와 OFR seoul을 한 번에 간 날이었다. 그러고나니 잊고있던 프랑스의 느낌이 떠올랐는데 - 선망의 대상이긴하나 나의 문화/생활 범위에서 전혀 향유할 수 없는...불편함? 난해함?이 느껴지는 것. 이해는 안가지만 멋진, 그런 느낌이랄까. 나는 그런 피상적인 방식으로 프랑스를 좋아했었다.
언젠가 프랑스에 대해서 쓸 날이 오길 바라지만 사실 그 감정은 정말로 피상적이고 서사없이 마냥 감정적이기만 했던 것이라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돼...제발 니들끼리 가지 좀 마ㅠㅠㅠㅠ
아직 안샀단말이다 이것드라
올려줘도 난리(좋다구요ㅎ)
제가 쓴 글이 다음 메인에 떴습니다(짝짝짝)
감사합니다 담당자님..아니 알고리즘님?...어쨌든 감사합니다(_ _) 왠지 이 글은 제목 때문에 올라갈 것 같았다. 그런데 진짜 올라가면 너무 기분이 좋잖아~~~
메인에 떴다고 다른 글에 비해 반응이 폭발적인건 아니었지만(다들 세줄 요약 안되어있다고 뒤로 가신건 아닌지ㅠ), 그래도 기분은 좋으면서도 왜 다른 글만치 반응이 잔잔할까 반성하게 되는..... 그런 양가감정이 드는 이벤트였다...^_ㅠ
내가 살고싶은 도시, 망원
뭔가 내가 생각하는 망원스럽게 나온 사진이라서. 심플한 감성, 다소 투박한 동네분위기.
진짜 내가 살고싶은 동네 Top 3에 드는 곳이다. 아니 거의 Top 2. 아~ 모르겠다 자꾸 고르려고 하면 나 너무 힘들어. 서울은 왜이렇게 살고싶은 곳이 많은거야
어쩜 이런 생각을
광고에 파묻혀 사는 현대인이 Pick한 금주의 광고. 어쩜 이런 기획을 할 생각을 했을까. 조금만 더 부지런했으면 살 뻔했어.
코로나 시대에는 모자이크가 필요없다.
어버이날이라서 오랜만에 본가에 갔는데, 오잉 이 동네가 이렇게 됐다고?! 거의 신도시처럼 변해있었다.
아니야, 여기는 이런 동네 아니야.. 너무 낯설다 증말.
참, 새삼스럽게 느끼는건 코로나 시대에는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사람들 얼굴이 다 가려져있어서 모자이크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예전에 코로나가 막 유행되기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20년 초반에는 길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왠지 너무 절망적이고 슬펐다. 자유를 뺏긴 사람들 같았다. 그 속에서 똑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나도, 그들도, 저마다의 색깔과 목소리를 잃고 집단주의의 세계로 빠져버린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지구 반대편에서 유럽인들이 통제 반대 시위를 하는걸 보면 한심했다. 나는 개인이 색깔을 잃어가야하는 현실이 너무 슬펐지만, 한 편으로는 개인의 색깔을 무리해서 주장하는 것이 불편했다.
언제쯤 나는 거리에서든 어디서든 내가 될 수 있을까. 길거리에서는 나는 그저 마스크 안에 가려진 '사람1'일 뿐이다. 내가 '나'가 되는 건 의지적으로 만나기로 선택한 사람들 뿐이다. 나는 익명의 사회가 싫다. 왠지 더 폭력적인 것 같아.
금주의 카페인 리포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