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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PD Mar 04. 2020

바쁘게 사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한 가지

독한PD 에세이

2020년 3월 3일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가면 PD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촬영 전 대본 회의부터 소품과 촬영 준비를 한다. 그리고  촬영, 편집, 후반 작업의 루틴으로 공장처럼 콘텐츠들이 생산된다. 하지만 이 공장이 가끔은 멈출 때도 있다. '방송이 죽으면' 가능하다. '방송이 죽는다'라는 뜻은 방송국에서 어떤 이유로 편성이 취소되거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방송국 안에서 PD들이 파업을 한다든지, 나라에 중대한 일이 생겨서 뉴스 속보 방송을 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내가 제작하는 방송 프로그램도 촬영이 잠정 연기됐다. 코로나19로 지금은 대한민국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코로나19 덕분에 잠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12월부터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3개월.  2주에 한 번 녹화 촬영, 잠시 숨 돌리고 편집 작업 시작. 일주일을 꼬박 책상 앞에서 편집 작업을 한다. 지금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축구 중계 프로그램이기에 촬영 카메라만 기본 30대가 넘는다.  편집 프로그램 속 타임라인(편집을 하는 작업 창)에  촬영 카메라 대수만큼 레이어(카메라 한 대당 하나의 레이어임)들도 겹겹이 쌓여져 있다. 그래서 일명 '레이어 편집'이라고 불린다.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저 레이어를 또 어떻게 가공해야 할까? 레이어가 많기 때문에 편집하면서 봐야 할 원본 영상들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편집하다가 밥때가 되면 후배들이 밥을 주문한다. 밖에 나가서 밥을 먹을 여유가 없어 주로 시켜 먹는다. 특히 야간작업할 때는 편의점을 '털러 간다'. 털러 간다고? 훔치러 가는 걸로 오해하지 마시길. '털러 간다'라는 뜻은 군것질거리를 사러 간다는 뜻이다. PD들끼리 통하는 말이다. 일이 고되다 보니 군것질이라도 해야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계처럼 편집하고 먹기만 하니 어느새 내 체중도 3킬로그램이 불어 있었다. 그렇게 내 몸은 점점 아저씨 몸매가 되어갔다.


아니다. 더 이상 이건 아니다. 나는 아직 미혼인데 아저씨 몸매가 되는 것이 싫다. 바쁘게 살다 보니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은 바로 '운동'이었다. 운동을 한지가 언제인가? 예전에 헬스장을 끊어놓고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나가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나는 다시 헬스장을 끊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때마침 사무실 근처에 헬스장이 새로 생겨서 저렴한 가격에 3개월 등록을 했다. 나의 실행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앞으로  24시간 중에 1시간을 운동에 투자하기로 했다. 운동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해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바쁘게 살더라도 내 건강은 내가 켜야 한다. 그래야 돈도 벌고 다음 스텝도 밟을 수 있다. 2020년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챙기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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