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PD 에세이
오늘 유광선 대표님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저녁 6시에 미팅이 있었다. 출판사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는 출판사 편집장님이 계셨고 유광선 대표님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편집장님이 나에게 출판 계약서를 내밀었다. 어안이 벙벙한 채 나는 물었다.
"이게 뭐예요?"
"계약서인데 대표님이 준비하라고 해서요"
나는 출판 계약서에 써져 있는 내 이름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막연히 ‘작가’라는 꿈을 꾸고 있어서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기는 했지만 꿈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이때 유광선 대표님이 들어왔고 나는 바로 물었다.
“대표님 이렇게 빨리 계약서를 쓴다고요?”
사실 일주일 전 대표님과 통화하며 나중에 내 유튜브 채널 <독한PD> 성장 인터뷰 코너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내가 살아온 경험과 함께 엮어서 책으로 내는 게 가능하냐고 물어본 게 다였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내 눈앞에 출판 계약서가 내 눈앞에 있으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정말 내 볼을 꼬집고 싶었다.
내 물음에 유광선 대표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피디하고 출판 계약을 하게 된 이유는 첫째로 블로그 글과 유튜브를 꾸준히 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성장하는 사람들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의 감정을 건드렸어요. 두 번째는 저는 사람이 쓰는 말을 봐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말을 쓰는지를 보는데 이피디 글을 봤을 때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언어를 쓰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대표님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대표님.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저도 대표님이 추구하는 나눔의 가치를 앞으로도 지켜가겠습니다."
보통 책을 쓰려면 초고를 써서 출판사에 투고를 한다. 하지만 나는 초고도 없는데 유대표님이 '작가'라는 꿈을 이루어줄 수 있도록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것이다. 정말 감사하다는 표현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유대표님은 책 < 와일드 이펙트>를 쓴 저자이며 출판사를 운영하고 교수이며 박사다. 또한 여러 가지 사업을 하며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분이다. 유대표님과는 내가 운영하고 있는 <초보 유튜버 영상 공부방>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알게 된 사이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기적이 일어나다니. 이 상황을 어찌 해석해야 한 단 말인가?
그동안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로 13년째 살아오며 언젠가 나만의 콘텐츠를 해보자는 생각에 작년 10월 유튜브 <독한 PD>라는 채널을 만들어 독하게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2개의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그리고 책 읽기를 좋아해 언젠가 나만의 스토리가 있는 책을 출판해야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그래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 PD로 살아오며 느낀 경험을 글로 꾸준히 써보기 시작했다. 투박하고 부족한 글이었지만 나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글들이 블로그와 브런치에 쌓여가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내 글을 읽고 누군가가 도움이 됐다고 하는 댓글을 보면 괜스레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출판 계약이라니? 내 글들이 책으로 나온다고 상상하니 정말 꿈만 같았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내 가슴속을 뛰어다녔다.
'그래 아직 책도 나온 것이 아닌데 벌써부터 기뻐하지 말자. 유대표님이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기회를 준 것뿐이야. 욕심과 조급함을 버리고 지금처럼 꾸준히 해보자’
나는 들뜬 감정을 내려 앉혔다.
모소 대나무의 이야기를 아는가? 모소 대나무는 중국의 동부지방과 극동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서식한다고 한다. 씨를 뿌린 후 매일같이 물을 주고 가꾸어도 잘 자라지 않는데 5년째 되는 날부터 하루에 무려 30cm가 넘게 자란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뿌리에 있었다. 4년 동안 모소 대나무는 성장을 위해 땅속에서 수백 평방미터에 이르는 뿌리를 뻗치고 있었던 것이다.
나 역시도 지금은 모소 대나무처럼 성장하기 위해 뿌리를 뻗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빨리 성장하려고 욕심부리지 않고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임계점이 다가올 거고 모소 대나무가 자라서 울창한 대나무 숲을 이루듯 나도 더 많은 성장을 해있지 않을까?
오늘 출판 계약하는 날도 대나무 숲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더 겸허한 마음으로 꾸준히 독하게 전진하겠다고 다시 마음을 다졌다.
나는 이렇게 유튜브를 하고 글을 쓰면서 운명이 바뀌어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