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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PD Apr 01. 2020

유튜브 5개월 차, 방송 PD의 일상

독한PD 에세이

나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프리랜서 PD로 올해 13년째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작년 10월부터 유튜브에 독하게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이나 다큐 형식으로 업로드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5개월이 지났다. 일주일에 1~2개 콘텐츠를 꾸준히 올렸고 구독자는 현재 433명, 60여 개의 콘텐츠가 쌓였다. 쌓여 있는 콘텐츠들을 볼 때마다 뿌듯한 느낌이 든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송국에 납품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고 할까?

오늘은 MBN 생생정보마당 <그때 그 who>라는 코너 촬영이 있는 날이다. 이 코너는 예전에 인기 있던 연예인들을 섭외해 지금 어떻게 사는지 다큐 형식으로 보여주는 코너다. 문득 오늘 나의 일상을 담는 유튜브 콘텐츠도 함께 촬영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콘텐츠 만드는 것은 이렇게 작은 생각에서 시작된다. 이 생각이 생각에서 끝나든지 아니면 실행해서 이루어지든지 둘 중 하나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시청자들은 티브이로 본 방송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그 방송을 어떻게 만드는지 피디의 일상도 궁금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나의 일상도 담아보기로 했다. 더군다나 오늘 출연자는 1990년도 초반 인기 가수였던 심신 님을 촬영하는 날. 일단 심신 님과 첫 촬영은 잠원 한강 공원에서 4시 반부터 시작이었다. 이준규 조연출과 나는 사무실에서 장비를 들고 차에 실었다. 그리고 한강 공원으로 가면서 우리는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했다. 방송일을 갓 시작한 조연출이 나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어떻게 방송 PD를 시작했고 힘들고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유튜브는 왜 시작하게 됐는지 등 내용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도착한 잠원 한강 공원. 심신 님을 만나서 촬영이 진행됐다. 내가 초등학교 때 '오직 하나뿐인 그대'라는 노래로 전국을 들썩였던 가수 심신. 수십 년이 지나 나는 방송 PD가 되어 그 가수를 함께 촬영하고 연출하니 정말 영광일 수 밖에 없다.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이쪽으로 걸어오세요' '여기서 쌍권총 쏘듯이 해주세요'라는 나의 요구에 오히려 이렇게 촬영하는 것이 더 좋지 않으냐며 촬영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심신 님은 굉장히 소탈하고 젠틀했다. 저번 주 가수 마로니에 촬영 때 마로니에 절친으로 달려온 친구로 같이 촬영한 적이 있었고 이번이 두 번째 촬영이라 그런지 나도 좀 더 편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각 강남 신사동 라이브 클럽에서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나는 심신 님께 내 유튜브 채널을 보여주며 부탁 하나를 드렸다. 

"선배님 제가 구독자 400여 명 되는 <독한 PD>라는 채널을 운영 중인데요. 저희 구독자들이 선배님 노래 듣고 자란 세대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지금 코로나 때문에 힘든데 힘내라고 한 말씀만 해주셔도 될까요?"  

심신 님은 흔쾌히 승낙을 해주었고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해주었다. 심신 님의 감동 멘트는 조만간 내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방송 편집이 중요하니 방송 편집 후에 내 유튜브 채널에 올릴 예정이다.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전하고 우리는 장비를 챙겼다. 시간은 저녁 9시가 다 돼간다. 촬영에 몰입을 하다가 긴장이 풀어지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 후배와 제작사 사무실 근처 뼈해장국집에 갔다. 나는 순댓국과 뼈해장국을 정말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예전에 같이 프로그램 했던 후배 PD가 순댓국 PD라고 부를 정도였다. 너무 배고파서 였을까? 우리는 뼈해장국이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먹었다. 이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오늘은 나의 일상을 담는 유튜브 콘텐츠도 찍는 날이니까 말이다. 어느새 밤 10시. 불 꺼진 제작사 사무실로 들어간다. 바로 퇴근하면 좋으련만 우리는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 오늘 촬영한 메모리를 카메라에서 꺼낸다. 잘 촬영됐는지 확인하고 조연출 후배는 내일 내가 편집할 수 있도록 파일 변환을 해야 한다. 이 작업도 시간이 꽤 걸린다. 후배는 새벽까지 이 작업을 할 것이다.



나는 후배에게 고생하라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집에 가나 했더니 나는 마곡 사무실로 향한다. 마곡 사무실은 내가 쓰는 사무실이다. 나는 왜 집에 가지 않고 여기를 가는 것일까? 바로 유튜브 편집을 하기 위해서다. 밤 11시. 오늘 차 안에서 후배와 인터뷰했던 콘텐츠를 편집했다. 유튜브는 꾸준히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꾸 밀리게 된다. 나는 유튜브만큼은 꾸준히 하려고 한다. 몸이 피곤하다. 그래도 유튜브 편집하는 시간만큼은 즐겁다. 오늘은 가볍게 올려본다. 어느새 시계를 본다. 시계는 새벽 1시 반. 유튜브를 편집하고 섬네일을 만들고 업로드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가볍게 올리는 콘텐츠라도 시간이 꽤 걸린다. 업로드하고 사무실을 나온 시간은 새벽 2시. 이제서야 퇴근한다. 이 모습도 다 카메라에 담아놨다. 나의 하루의 일상을 담은 콘텐츠는 조만간 편집해서 내 유튜브 채널에 올릴 예정이다. 

유튜브 5개월 차, 현업에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 PD로 일하고 있는 나는 요즘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그냥 지금의 나대로 내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싶다. 유튜브 하는 것이 즐거우니 지금은 즐겁게 이 것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 이게 정답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이 오늘을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유튜브가 됐든 글이 됐든 기록을 해서 의미 부여를 해주고 싶다. 같은 날이어도 영상과 글로 남겨지면 더 특별한 날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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