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PD 영상 메신저 도전기
나는 올해 13년 차 프리랜서 방송 제작 PD로 일을 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제작했던 방송 프로그램을 방송국에 납품하고 나면 동료나 지인들과 술 한잔하며 회포를 풀었다.
'이렇게 또 한 편이 끝났구나'
장기간 출연자와 지지고 볶으며 촬영하고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떡진 머리로 밤새우고 편집하고. 가편집한 것을 가지고 방송국에 들어가 시사(CP와 작가와 함께 편집본을 보는 것) 하고 후반 작업(종합편집, 자막, 내레이션 더빙 등) 하고 방송을 내보내고... 다시 새로운 방송 아이템을 잡고 다시 촬영 나가고... 반복...
이것이 내 직업의 루틴이었다.
중학교 때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 한 달에 한 번 시를 썼다. 내가 창작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꼈다. 방송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 직업을 선택을 했고 2016년 10년 차가 되던 해. 번아웃 증후군(내 안에 열정이 사라지는 무기력한 상태)이 왔고 다니던 제작사를 그만두고 홀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45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채워진 에너지로 다시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국에 납품을 할 때마다 가슴 한편에는 늘 아쉬움이 남았다. 힘들게 만든 방송 프로그램은 내가 제작했으나 내 콘텐츠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저작권은 방송국에 있었고 원본조차도 쓸 수 없기에 재가공도 불가능했다.
다시 말하면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로 일을 했으나 방송국을 위한 콘텐츠를 생산했지, 나를 위한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그동안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 경력과 경험을 쌓았다는 것에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참에 내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용기 내서 유튜브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작년 9월부터 독하게(강하고 굳세게)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나 다큐 형식으로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본업을 하며 쉬는 날에 촬영을 했고 바쁜 시간을 쪼개 편집을 해서 유튜브에 꾸준히 업로드했다. 지금 당장 돈은 나오지는 않았지만 내 유튜브 채널에 고스란히 내가 만든 콘텐츠들이 쌓여 있는 걸 보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컨텐츠로 인해 누군가에게 용기와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가치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시청자 게시판에도 올라오지 않던 글이 내 유튜브 채널에 댓글이 달릴 때마다 신기했다.
유튜브를 시작하며 달라진 점이 또 있다.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블로그 글이나 강의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강의'의 '강'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영상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과 초보 유튜버들에게 조금 더 쉽게 알려주기 위해 작년 12월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고 지금은 250명의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 내가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며 큰 보람도 느껴가고 있다.
'내가 프로그램 제작만 할 줄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려주고 가르치는 것도 할 줄 알고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구나.
그렇다면 나는 영상 메신저가 되어야겠다'
메신저란 무엇인가?
<백만장자 메신저>라는 책에서 메신저란 나의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고 수익을 얻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이 책의 작가인 브랜든 버처드는 메신저로 살면 의미 있는 삶과 물질적인 만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단순히 내 물건과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진정성 있게 도와주며 수익도 얻고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삶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삶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친김에 오프라인 커뮤니티까지 만들기로 했다. 이름하여 '영상 콘텐츠 스터디 모임’이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영상이나 유튜브 관련 독서 나눔과 나의 영상 강의 그리고 마케팅 전문가 안성열 대표의 마케팅 강의로 채워진다. 4월과 5월 총 두 번 모임이 진행됐고 10명 정도가 이 모임에 나온다. 습관코칭 전문가 박현근 코치님은 모임에 나오는 사람의 숫자가 적든 많든 지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독서 모임을 만들며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임을 기획하는 법부터 사람들을 모객하는 법 그리고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자연스럽게 마케팅을 배워가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 강의를 해볼 수 있는 연습 무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이 쌓여 나를 더 성장시켜갈 수 있기에 독서 모임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유튜브를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아직 큰 성과는 없지만 나는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부분에 더 집중을 해보려고 한다. 신태순 대표님의 책 <게으르지만 콘텐츠로 돈은 잘 법니다>에서 콘텐츠 주제는 나의 현재를 기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매일 경험한 내용과 배운 내용, 감사한 내용 불편했던 내용을 관찰하며 그 기록들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이 말에 동감하며 프리랜서 PD에서 영상 메신저로 도전하는 과정을 블로그와 브런치에 꾸준히 글도 써보려고 한다. 앞으로 내가 선택당하는 삶보다는 내가 선택하는 삶을 살기 위해 더 전진하고 많이 배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