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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PD Sep 12. 2020

나만의 길 걷기

독한PD 에세이

4년 전 오늘

(2016년 9월 10일)


저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순례길 첫 출발 지점인

프랑스 생장이라는 마을에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780KM(부산에서 신의주 거리)나 되는 거리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34일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4년 전

10년 동안 쉬지 않고

방송 제작 일을 해온 저에게

'번아웃증후군'이 찾아왔습니다.


에너지는 방전될 대로 방전되고

저의 밥줄이었던

카메라며

편집 컴퓨터도

모두 꼴 보기 싫을 정도였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가다가는

제 몸과 마음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았습니다.


쉬지 않고 달려온 저에게 '쉼표'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큰 결심을 하고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45일간의 첫 해외여행을

선물로 주기로 했습니다.


4년 6개월이나 다녔던 제작사를 그만두며

팀장님에게 했던 말은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였습니다.


정말 그렇게라도 해야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그 행복을 찾으러 배낭을 메고 훌쩍 떠났습니다.


45일간 34일을

오로지 자연을 벗 삼아

느림의 시간을 보냈던 산티아고 순례길.


4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길이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긴 시간 낯선 길을 여행하며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30킬로미터를 걸어 도착한 마을에

알베르게(숙소)에 자리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다른 마을로 가기도 하고


배드버그에 물려 현지 병원에도 가는 등

제가 계획했던 대로 술술 풀리지가 않았었죠.

 

그래서 이 길 걷는 것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매일을 자연과 호흡하며 걷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게 걷고 나서

해 질 무렵 고단한 몸을 씻어내고

와인 한 잔의 행복을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 희로애락의 순례길이

제가 그동안 살아온 인생길과도 닮아 보였습니다.


누구에게나 길은 있고

언젠가 그 길의 종착지는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서 갈지

아니면

내가 길을 만들며 '나만의 길'을 나아갈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저는 한 번뿐인 이 길을 걸어야 한다면

제 길을 만들어 가보려고 합니다.


그 길이 앞으로 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그 길을 묵묵히 '열심히만' 걷고 싶습니다.


물론 전처럼 에너지가 방전되지 않도록

'여유'라는 무기를 녹여내면서 걷고 싶습니다.


행복도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매일 순간순간에서

작고 소소하더라도 그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길 종착지에서

맥주 한잔하며

그동안 고생했노라고

스스로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걷는 길은

4년 전 걸었던

또 다른 '산티아고 순례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방송 프로그램만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고

강의를 하고

무엇인가 새로운 것들을 도전해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길이 낯설고 외롭고 더 힘든 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즐거운 길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안녕!


부엔(즐거운) 까미노(산티아고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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