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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PD Jun 19. 2022

애쓰지 않는 삶

독한PD 에세이

요즘 저의 관심사는 '애쓰지 않는 삶'입니다. 


'애를 써야 꿈이든 목표든 이루어지는 거 아닌가요?'

라고 누군가는 반문할지 모릅니다. 저 역시도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가졌으니까요. 


그런데

'애쓰다'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요? 


애쓰다 ; 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쓰다. 


돌이켜보니 저는 학창 시절부터 지금 PD라는 직업으로 일하게 되면서 참 애를 많이 쓰면서 살아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 공부를 해야 했고,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사에 들어가서는 프로그램을 잘 만들기 위해 그 누구보다 노력해왔습니다. 


2019년 유튜브 채널을 처음 시작했을 때입니다. 채널의 조회 수와 구독자를 늘려보려고 사무실에서 유튜브 콘텐츠 편집하다가 새벽에 들어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취미로 시작했던 유튜브 콘텐츠 만드는 것에 더 집착하게 되고 본업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어느 순간 깨달았죠. '이러다가는 유튜브 채널 운영과 본업 둘 다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겠구나'라고 말이죠. 애를 쓴 만큼 결과도 안 나오니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2017년 봄에 사이버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에 편입을 했습니다. 4년제 학위 취득과 영어 프리토킹. 두 마리를 잡으려고 시작한 공부였죠. 첫 학기는 4과목을 신청했고 본업과 밸런스를 잘 맞추며 시험 성적도 잘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 학기부터였습니다. 불규칙한 방송 제작 일을 하며 공부와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에서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편집할 때 중간고사 시험과 겹쳐서 겨우 시험을 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든 빨리 졸업하고 영어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화를 불러왔습니다. 본업이 바쁘다는 핑계로 점점 수업을 안 듣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영어 공부는 하기 싫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F학점을 맞는 과목수가 많아지면서 휴학까지 하는 사태로 이르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애를 쓴다고 썼는데 왜 삶은 나아지지 않는 걸까요?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 <법상스님의 목탁소리>라는 채널을 보게 되었습니다. 법상스님의 말씀이 제 마음을 들여다보며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습니다. 법상스님의 말씀 중에 생각나는 구절을 적어봤습니다.




집착하면 삶이 제한됩니다. 집착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가능성을 향해 마음을 열게 돼요. 그러니까 무한한 가능성이 마음껏 파도 쳐들어옵니다. 그것을 마음껏 누리게 살아가게 돼요. 하는 일은 하는 일마다 잘되고, 안되더라도 큰 상처 안 받아요. 편안하게 삶에 내맡겨요. 삶에 내맡길 때 더 큰 열정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요. 열정을 가지고요. 이게 진짜 힘입니다.




법상스님의 영상을 여러 번 보고 들어 보았습니다. 저는 유튜브 채널 운영과 영어 공부에 집착하고 있었습니다. 


"애써서 될 것이었다면 진작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애를 써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구나!"


집착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성공시켜야겠다는 마음이 조급함을 불러일으켜 실수를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가며 몸이 망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너무 애쓰지 말고 집착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해 주고 있는 구독자들에게 감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힘을 빼니 전보다 더 좋은 콘텐츠 아이디어도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구독자와 조회 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채널 자체를 저의 또 다른 커리어라고 생각하고 오랫동안 운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많은 과목을 공부하기보다는 적은 과목으로 본업과 밸런스를 맞추기로 했습니다. 졸업도 당장 해야 한다기보다는 '이렇게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 졸업하겠지'라고 편하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오히려 지금 학생의 신분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늦깎이 대학생으로 만난 영어학과 학우들과 커뮤니티를 가지면서 친목도 쌓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더 공부가 재밌어졌습니다. 


우리가 살아내야 할 삶은 참 깁니다. 이 긴 삶을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 경주를 한다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삶의 흐름대로 나 자신을 내맡기며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 '삶'이 의미 있는 선물들을 주지는 않을까요? 


애쓰지 않고 살아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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