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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에서의 일주일(1)

호주 동물 분양업자의실태

by YY

동물을 돌보며 숙식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멜버른에서 애들레이드로 이동했다. 올리브 농장이었는데 키우는 동물이 많아 일손이 필요한 곳이었다. 공항으로 픽업을 와달라고 하니 시간이 없어서 청소를 못했다며 2시간만 집 청소를 같이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도착하니 온 집안에 개와 고양이 털 천지였다. 지낼 방바닥에는 개똥이 나뒹굴고 마루 나무 바닥 여기저기에 오줌이 흥건했다. 화이트 스위스 쉐퍼드 성견 3마리와 새끼 4마리, 집 밖에 사는 고양이 2마리, 러시안 블루 고양이 4마리, 뱀 3마리, 페럿과 뱀 먹이용 쥐 여러 마리, 그리고 서른 살이 넘은 말 한 마리가 있었다. 주인인 로마나는 이 곳에서 동물을 키워 분양하고 올리브유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IMG_7052.JPG 러시안 블루 고양이 암컷과 새끼...수컷은 작은 케이지에 갇혀 있었다.



나의 일과는 개들 밥을 주고 산책을 시킨 후 고양이 밥을 주고 화장실을 청소, 강아지들과 다른 동물들 밥을 주고, 중간중간 케이지를 청소하고 올리브 따는 것을 돕는 것이었다. 첫날 청소를 마치고 해 질 녘에 개들과 산책을 했는데 서로 미친 듯이 물며 싸웠다. 로마나는 개들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스스로 동물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돌본다고 볼 수 없었다. 첫날부터 떠날 궁리를 했다.


IMG_7117.JPG 수확한 올리브

로마나의 사이코 스릴러는 바로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집 밖 트레일러에서 지내는 한 프랑스 커플이 있었는데, 마침 그 날 비가 와서 어차피 일을 못하니 낚시를 가자고 했다. 우리는 낚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집에만 있기는 심심해서 로마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따라나섰다. 막상 도착하니 비도 그치고 바다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한동안 시간을 보냈지만 아무것도 못 잡고 돌아가려는 찰나, 로마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간이 돈이라며 빨리 돌아오라는 말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로마나가 프랑스 커플에게 소리를 질렀다.


"내 일꾼들에게 접근하지 마!"


프랑스 남자도 맞받아쳤다.


"난 얘네들 엄마가 아니야!"


로마나는 왜 일해야 할 사람들을 데리고 갔냐며 마치 본인 소유의 노예를 빼앗긴 사람처럼 그들을 밀어붙였다. 그렇다. 그녀는 돈독이 오른 사람이었다. 따야 할 올리브가 많은 데 시간 내 따지 못하면 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안달이 나서 매우 흥분해 있었다. 바다에서 그렇게 오래 있지 않았는데도......


그 날 저녁에는 미안했는지 엄청난 양의 음식을 만들어주었다.


프랑스 커플은 틈만 나면 로마나를 험담했다. 그들도 여기 온 지 며칠 안돼 그녀의 성격을 파악하고 집 안에서는 화장실만 이용하고 일은 다른 농장에서 하고 있었다.


로마나는 성격파탄자였다. 사람들이 농장에 와서 바구니에 올리브를 직접 따면 무게를 달아 팔기도 했는데, 익은 올리브가 무엇인지도 안 가르쳐주었다. 안 익은 올리브를 딴 사람들에게는 돈도 주지 않았다. 그들은 시간만 낭비했다며 로마나를 욕하며 떠났다.


로마나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그 딸의 친구와 엄마가 올리브를 따러 왔는데도 불친절하게 대했다. 편하게 딸 수 있는 도구도 챙겨주지 않아 결국 그들 또한 잔뜩 마음 상한 얼굴로 떠났다. 우리와 인사를 하며 눈 빛으로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어서 여길 떠나!'


하지만 오래 있기로 했는데 갑자기 떠난다고 하기가 쉽지 않아 하루 종일 망설였다. 하지만 이후 일어난 일들 때문에 우리는 곧장 마음을 먹었다.


IMG_7063.JPG 며칠 후 나에게 아픔을 줄 녀석들...개들은 잘못이 없다.


모두 집을 나가고 나는 큰 개 두 마리를 산책시키는 중이었다. 산책에 쓰이는 줄이 하필이면 자동 리드 줄이어서 불안했다. 나도 잘 모를 때는 쓴 적이 있지만 이 줄이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갑자기 다른 개나 동물에게 뛰어가거나, 다른 개가 공격하는 등 위험한 상황에서 이를 빨리 저지하고 보호할 수 없다. 줄 길이를 조절하는 버튼이 고장 날 수도 있다. 줄이 항상 팽팽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개에게 끌려가는 산책을 하기 쉽다. 하지만 거기엔 그 줄 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쓰고 있었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무렵,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한 마리가 갑자기 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다른 한 마리도 따라 달렸다. 줄 손잡이를 꽉 쥐고 있었지만 개들이 힘이 너무 세서 손잡이가 부서지고 말았다. 순식간이었다. 끌려가면서도 바로 앞이 도로기 때문에 개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줄을 잡았다. 그 때, 손가락이 뜨거워지며 강렬한 고통을 느꼈다. 강하게 당겨진 줄로 피부에 찰과상을 입은 것이다. 하지만 줄을 놓쳐버려서 손을 신경 쓸 새가 없었다. 개들이 차에 치일까 봐 미친 듯이 개들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 나갔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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