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물 분양업자의실태
동물을 돌보며 숙식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멜버른에서 애들레이드로 이동했다. 올리브 농장이었는데 키우는 동물이 많아 일손이 필요한 곳이었다. 공항으로 픽업을 와달라고 하니 시간이 없어서 청소를 못했다며 2시간만 집 청소를 같이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도착하니 온 집안에 개와 고양이 털 천지였다. 지낼 방바닥에는 개똥이 나뒹굴고 마루 나무 바닥 여기저기에 오줌이 흥건했다. 화이트 스위스 쉐퍼드 성견 3마리와 새끼 4마리, 집 밖에 사는 고양이 2마리, 러시안 블루 고양이 4마리, 뱀 3마리, 페럿과 뱀 먹이용 쥐 여러 마리, 그리고 서른 살이 넘은 말 한 마리가 있었다. 주인인 로마나는 이 곳에서 동물을 키워 분양하고 올리브유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일과는 개들 밥을 주고 산책을 시킨 후 고양이 밥을 주고 화장실을 청소, 강아지들과 다른 동물들 밥을 주고, 중간중간 케이지를 청소하고 올리브 따는 것을 돕는 것이었다. 첫날 청소를 마치고 해 질 녘에 개들과 산책을 했는데 서로 미친 듯이 물며 싸웠다. 로마나는 개들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스스로 동물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돌본다고 볼 수 없었다. 첫날부터 떠날 궁리를 했다.
로마나의 사이코 스릴러는 바로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집 밖 트레일러에서 지내는 한 프랑스 커플이 있었는데, 마침 그 날 비가 와서 어차피 일을 못하니 낚시를 가자고 했다. 우리는 낚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집에만 있기는 심심해서 로마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따라나섰다. 막상 도착하니 비도 그치고 바다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한동안 시간을 보냈지만 아무것도 못 잡고 돌아가려는 찰나, 로마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간이 돈이라며 빨리 돌아오라는 말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로마나가 프랑스 커플에게 소리를 질렀다.
"내 일꾼들에게 접근하지 마!"
프랑스 남자도 맞받아쳤다.
"난 얘네들 엄마가 아니야!"
로마나는 왜 일해야 할 사람들을 데리고 갔냐며 마치 본인 소유의 노예를 빼앗긴 사람처럼 그들을 밀어붙였다. 그렇다. 그녀는 돈독이 오른 사람이었다. 따야 할 올리브가 많은 데 시간 내 따지 못하면 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안달이 나서 매우 흥분해 있었다. 바다에서 그렇게 오래 있지 않았는데도......
그 날 저녁에는 미안했는지 엄청난 양의 음식을 만들어주었다.
프랑스 커플은 틈만 나면 로마나를 험담했다. 그들도 여기 온 지 며칠 안돼 그녀의 성격을 파악하고 집 안에서는 화장실만 이용하고 일은 다른 농장에서 하고 있었다.
로마나는 성격파탄자였다. 사람들이 농장에 와서 바구니에 올리브를 직접 따면 무게를 달아 팔기도 했는데, 익은 올리브가 무엇인지도 안 가르쳐주었다. 안 익은 올리브를 딴 사람들에게는 돈도 주지 않았다. 그들은 시간만 낭비했다며 로마나를 욕하며 떠났다.
로마나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그 딸의 친구와 엄마가 올리브를 따러 왔는데도 불친절하게 대했다. 편하게 딸 수 있는 도구도 챙겨주지 않아 결국 그들 또한 잔뜩 마음 상한 얼굴로 떠났다. 우리와 인사를 하며 눈 빛으로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어서 여길 떠나!'
하지만 오래 있기로 했는데 갑자기 떠난다고 하기가 쉽지 않아 하루 종일 망설였다. 하지만 이후 일어난 일들 때문에 우리는 곧장 마음을 먹었다.
모두 집을 나가고 나는 큰 개 두 마리를 산책시키는 중이었다. 산책에 쓰이는 줄이 하필이면 자동 리드 줄이어서 불안했다. 나도 잘 모를 때는 쓴 적이 있지만 이 줄이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갑자기 다른 개나 동물에게 뛰어가거나, 다른 개가 공격하는 등 위험한 상황에서 이를 빨리 저지하고 보호할 수 없다. 줄 길이를 조절하는 버튼이 고장 날 수도 있다. 줄이 항상 팽팽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개에게 끌려가는 산책을 하기 쉽다. 하지만 거기엔 그 줄 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쓰고 있었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무렵,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한 마리가 갑자기 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다른 한 마리도 따라 달렸다. 줄 손잡이를 꽉 쥐고 있었지만 개들이 힘이 너무 세서 손잡이가 부서지고 말았다. 순식간이었다. 끌려가면서도 바로 앞이 도로기 때문에 개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줄을 잡았다. 그 때, 손가락이 뜨거워지며 강렬한 고통을 느꼈다. 강하게 당겨진 줄로 피부에 찰과상을 입은 것이다. 하지만 줄을 놓쳐버려서 손을 신경 쓸 새가 없었다. 개들이 차에 치일까 봐 미친 듯이 개들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 나갔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