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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 Oct 01. 2021

쓰레기 바다와 돌고래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만난 해양... 쓰레기

 샌디에이고에서 야생 돌고래를 보러 갔다. 항구에 도착하니 최근 관찰된 고래와 돌고래를 기록한 표지판이 보였다. '지난주에 참돌고래, 큰돌고래, 혹등고래가 나왔다니, 혹시 이번에도?' 귀신고래가 12월에서 4월 사이 캘리포니아를 지나가기 때문에 그때가 가장 인기 있는 시즌이지만 때는 9월이었다. 귀신고래를 못 본다 하더라도 대왕고래, 참고래, 밍크고래, 가끔 지나간다는 범고래를 만나고 싶었다. 안 보인다 해도 어쩔 수 없고.  


사람이 야생동물을 만나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그들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물원은 입장료를 내면 모든 동물을 무조건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동물이 보이지 않거나, 활동적이지 않으면 불만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의 생활을 그렇게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은 다큐멘터리뿐이다. 


동물원이나 수족관보다 야생에서 동물을 보는 게 훨씬 좋다. 야생동물을 둘러싼 환경과 그들이 하는 행동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단, 그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만나길 바란다. 



 몇 년 전, 호주 허비베이에서 혹등고래를 본 적 있다. 선장님의 설명과 함께 배는 멀리멀리 나갔다. 규정에 따라 고래에게 100미터 안 쪽으로 접근하지 않으며 고래 관찰 업체로 허가를 받는 것도 매우 까다롭다는 말을 들었다. 친환경 관광 인증도 받았고 배 안에 각 종 보전에 관한 책자와 해양 환경 보호단체인 시셰퍼드에서 만든 자료도 있어 동물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기다림 끝에 고래를 처음 보았을 때 정말 기뻤다. 공룡 같은 미지의 생명체가 몸의 일부만을 바다 위로 내보이며 수영했다. 어미와 새끼였다. 갑자기 비가 억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고래의 출현을 축복하는 듯했다. 카메라와 몸이 비에 젖어도 행복했다. 지느러미가 매우 섬세하게 움직였다. 그 이후로 수컷이 지느러미를 수면에 치는 모습, 새끼 한 마리가 뒤집어져 입을 벌리며 먹이를 먹는 듯한 모습, 그리고 여섯 마리로 이루어진 무리도 만났다. 



호주에서 고래를 볼 운을 다 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샌디에이고에서는 고맙게도 참돌고래 무리를 만났다. 멀리서 헤엄치던 돌고래들이 배 앞으로 다가와 빠르게 헤엄쳤다. 말로만 듣던 선수파 타기(Bow riding)였다. 앞으로 나아가는 뱃머리(선수)가 만드는 압력으로 물살이 생기는데, 이 물이 회전하며 돌고래를 앞으로 밀어낸다. 이빨고래류, 상괭이, 바다사자, 물범도 선수 타기를 하는데 그중 단연 돌고래의 실력이 월등하다. 화물선을 만나면 20km도 넘게 따라간다. 


참돌고래들은 물살을 타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자리를 엎치락뒤치락 바꿨다. 마치 레이싱 대회 같았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헤엄치는 데 쓰는 에너지를 줄여 쉽게 이동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무엇보다 재미 때문이다. 선수파 타기를 즐기고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돌고래도 있다. 고래의 눈과 주둥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성가시게 군 다음, 이를 피하려고 움직이는 고래가 만들어낸 물살을 타기도 한다. 



한참 놀던 돌고래들이 떠나고, 달리던 배가 멈춰 섰다. 한 스태프가 물 위에 떠 있는 비닐 풍선을 건졌다. 색이 빠지면 해파리와 비슷해 바다 거북이가 먹고 죽을 수 있다고 했다. 돌고래들도 이런 쓰레기를 먹거나 몸이 걸리면 위험하다. 실제 제주 앞바다에서 지느러미에 비닐봉지가 걸려 있거나 폐그물 등으로 인해 꼬리가 잘려 있는 남방큰돌고래가 목격됐다. 


항해를 하는 2시간 동안 비닐 풍선 4개, 비닐봉지 2개, 플라스틱 통 1개를 건졌다. 빙산의 일각이다. 바다 아래 가라앉은 쓰레기는 얼마나 많을까? 전 세계에서 한 해동안 바다새 백만 마리, 해양 포유류 십만 마리가 해양 쓰레기 때문에 죽는다. 생을 다한 고래들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컵, 슬리퍼, 비닐봉지, 밧줄, 낚시 그물, 호스, 수술용 장갑, 운동복, 골프공 등이 나온다. 



그동안 변화가 없지는 않았다. 슈퍼에서 공짜로 주던 비닐봉지가 없어졌고,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쓰는 등 점차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육지에서 바다로 엄청난 쓰레기가 흘러가고 바다 밑에는 해양 쓰레기가 넘쳐난다. 바다에 쓰레기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바다가 쓰레기다. 


2016년 '플라스틱 차이나'와 2021년 '씨스피러시' 등 다큐멘터리들이 경종을 울렸지만 쓰레기가 만들어지는 속도를 처리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 거대한 수산업계도 괴물처럼 바다 생명을 흡입해 생태계를 파괴하고 오염시킨다. 좀 더 급격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해양 생태계가 받은 영향은 바다를 거쳐 우리에게 돌아온다. 단순히 바다에서 고래와 돌고래를 못 보는 정도가 아니다. 현재와 미래를 파괴하는 삶의 방식은 자연에 고통을 주고 목숨을 빼앗고 생명다양성을 줄인다. 인간의 몸에는 미세 플라스틱과 오염 물질이 쌓인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야생동물을 본다는 것의 의미는 그런 것이다. 아직 그들이 존재하므로 우리에게 시간이 있다는. 하지만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눈 앞에서 파도를 즐기는 돌고래들이 사라졌다는 걸 깨닫기 전에 뱃머리를 돌려야 한다. 











https://www.animals.or.kr/campaign/zoo/978

https://wwhandbook.iwc.int/en/responsible-management/benefits-and-impacts-of-whale-watching

https://us.whales.org/our-4-goals/end-captivity/orca-cap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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