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꿈에 대하여

2018년 10월의 글

by 윤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늘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드는 편이다. 저질이 된 체력을 보니 내 나이도 벌써 계란 한 판이 꽉 찼다는 걸 실감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열 시 전에 몸을 뉘었다. 문제는 꼭 일찍 잠들면 지금처럼 두 시가 채 되기 전에 깨버린다. 악몽을 꾸었던 것 같다. 사실 현실이었다면 악몽으로 느끼지 못했던 일이었을 텐데, 꿈에서 깬 기분이 말끔하지 않은 것이 여간 뒤끝이 남는 게 아닐 수 없다.

나의 '꿈'은 휘발성이 너무 강해 잠에서 깬 직후 되뇌고 기억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릴 땐, 정확히 말하면 고등학교 시절엔 실제로 꿈꾸려고 일부로 하루 종일 잠에 취한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 대충 자는 게 아니라 하루 반나절 정도를 극단적으로 잠에 몰입했다. 그렇게 오기로 누워있다 보면 원 없이 많은 꿈을 꾸게 된다. 보고 싶던 사람을 우연히 만나 눈물 흘리기도 하고, 현실세계에서 내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척척 해내기도 했다. 가끔 너무 교육적 이게도 전날 공부한 내용을 꿈속에서 복습하기도 했다. 한 번은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꿈이 순간의 잔상만 남기고 사라지는 게 아쉬워 머리맡에 노트 한 권을 놓고 잔 적도 있다. 일명 꿈 노트. 지금 이 글처럼 그냥 무엇 하나라도 단서를 남겨두면, 나중엔 그 단어만 보아도 귀신같이 꿈 내용이 기억난다. 그러고 보니 그 노트, 어디에 뒀더라.

정리된 꿈을 곱씹어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의 나는 분명 행복한 장면 속에 있었는데, 내 심리는 이상하리만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뭐 현실이나 영화였으면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타임라인 속에서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겠지만, 꿈은 그저 하나의 장면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을 테니 한계가 있을 법도 하겠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알고 보면 좋아하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싫어하는 것이 싫어하는 척하는 것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구분할 줄 알아야 되는데. 누군가에겐 내가 분명하지 못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 이유다. 다시 잠들 수 있을까. 피곤을 가시려 했던 일인데 더욱 피곤한 밤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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