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시작하는 것에 대하여
바로 전 프롤로그 글 마지막 부분에 내가 원하는 시점에서 프리랜서를 시작한 건 아니라고 말했듯이, 사실 내가 원래 프리랜서로서, 디지털 노마드로서 라이프 스타일을 시작하고 싶은 때는 지금 보다 살짝 먼 미래에 시작을 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정규직으로서 다녔던 회사를 올해 10월까지 다닌 다음에 시작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생이 그렇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았다가도 잊힐 만하면 꼭 상기시켜 주는 어떠한 일이 생긴다.
'콘텐츠 라이터 (Content Writer)' 라는 직무 타이틀로 콘텐츠 기획과 작성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서 지원했던 그 회사. 분명 나도 부족한 점이 있었을 테지만 막상 입사해 보니 내가 맡은 직무에 대한 일들이 정기적으로 오는 것도 아니었으며, 단지 내가 그곳에서 사회생활 경력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그 이상’을 원했다.
나는 ‘그 이상’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대표는 설명을 했지만 나는 그 말이 지금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회사의 대표라면,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바, 해야 하는 일 즉 R&R을 사전에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혼란 속에서도 우선 내게 맡겨진 일은 클라이언트에게 만족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과 나의 연은 짧게 끝났다. 그리고 그 예상 밖의 타이밍 때문에, 예상외의 프리랜서 라이프를 시작하게 된 거다.
안정감이라는 거, 소속감이라는 거. 중요하다. 내 개인적 의견이라 다른 사람들은 공감을 못할 수도 있으나 내게 4대 보험이라는 것을 볼모로 구성원과 지지고 볶는, 문서에는 적히지 않은 그 너머의 책임감을 한도 이상으로 부여하며 일하는 것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난 지 오래일 뿐인 거다. 때로는 어떻게 해도 내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도 한 곳이 회사라는 곳이라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물론 소위 받은 만큼 일하겠다는 ‘조용한 퇴사’ 같은 그러한 거를 꿈꾸는 것이 아닌, 내가 갖고 있는 역량과 관심사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잘 일하고 싶었을 그 마음뿐. 그런데 그게 아무리 내가 발버둥을 쳐도 회사라는 곳 안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못했던 거였던 뿐.
어찌 됐든 이러한 기대 하지도 않았던 그 시기에, 예상외로 나는 프리랜서라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거 하나는 말하고 싶다. 예상외로 시작한 프리랜서 라이프지만 생각 없이 시작한 건 아니다.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것들이 프리랜서, 노마드 라이프에 대한 호기심과 준비를 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무엇인지 성찰해 보고, 채워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봐야 할 것이 책이라면 책을 사고 온라인 강의라면 강의 결제를 하고 느리지만 꾸준히 공부를 하며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이미 그러한 라이프를 살아온 사람들, 프리랜서로서 노마드로서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눈 질끈 한번 감고, 일감 찾기 시작! 다행스럽게 지금부터 몇 달은 프리랜서 라이프로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는 그런 것도 못 참고 험한 인생 어떻게 살려고 해?라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나는 그런 말에 타격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안 그래도 험한 인생, 난 이렇게 살아가야 살 수 있는데 어쩌라고? 그리고 다시 한번 제목에도 말했듯이, 프리랜서를 예상외로 시작한 거지만 생각 없이 시작한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