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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비 Nov 25. 2023

'일상의 고리' 만들기

주체적인 삶에서 발견한 '무기력' 일기

자기 확신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고 믿고 삽니다. 그러다 무기력에 빠진 나를 마주했습니다. 그렇게 일상에 색이 빠져 '회색'이 되었습니다. 이유를 고민하다가 밖으로 어떤 틈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모습, 즉 '육면체'가 되고 싶은 나를 마주했습니다. 그렇게 '회색 육면체'를 '나다운 색을 가진 매력적인 모양'으로 만드는 과정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단지 더 행복한 내일을 꿈꾸는 과정이라 믿습니다.


 루틴을 만들고 고민하며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삶을 감당할 힘을 기르고 있다. 확실히 루틴은 일상에 지속성과 안정감을 만들어준다. 여전히 루틴은 온전히 못하지만 실패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실천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어떻게 루틴을 일상에 자리 잡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일상의 고리' 워크숍에서 기획하고, 현재 실천하고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1) 일상의 점 살펴보기

-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우리는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 내 일상을 살펴보지 않고 이상적인 계획을 세우는 경향이 있다. 이는 목표 달성 과정에 분명한 방해요소다. 완벽주의의 속삭임에 넘어가 단 1분도 달리지 못하는 사람이 마라톤을 목표로 계획을 거창하게 세운다. 그리고는 한순간에 변하지 않는 체력을 보며 포기한다. 그래서 지금 내 상황을 사실대로 파악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 일상의 고리 워크지 중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 우선 지금 일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과정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일상을 있는 그대로 알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이상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언제나 상상 속 나는 모든지 다 해낼 수 있는 슈퍼맨이다. (하하) 아침 아홉 시에 일어나다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겠다는 계획을 아무렇지 않게 세운다. 그리고 하루 이틀 힘들게 지키다 늦잠 자버린 나를 보며 그냥 포기해 버리기 일쑤다.


그런데 나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사실 대로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는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이상적으로 여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순간 완벽하고 열심히 살아가지는 못한다. 일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완벽하지 않고 열심히 살지 않은 나를 마주하는 과정이다. 내가 바라는 모습과 다른 나를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 일상의 고리 워크지 중

 그래서 현재 내 일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말로는 쉬운데 참 어렵다. 이번에는 정말 변화하고 싶어서 내 부족한 결점을 인정하자고 계속 되뇐다. 이번에는 루틴이 깨져도 실망하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고 있다. 어제 못했으면 오늘은 해내면 된다.


 일상의 점을 살펴보는 방법은 '관찰일기'를 쓰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주관적인 생각이나 감정,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사실을 관찰하고 적는다. 가능하다면 평일과 주말을 포함해 한 주 정도는 온전히 생활을 관찰해 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과 패턴을 발견해 본다. 루틴을 만들고자 한다면 현재 일상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이 과정에서 사실을 외면하고 싶거나 스스로를 질책하는 등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수 있다. 이때 가능하다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스스로를 위로해 주면 좋겠다.

사진: Unsplash의 Aaron Burden

 반복되는 일상을 발견했다면 하나하나 생각해 보자. 무슨 행동인지, 언제, 얼마동안 어떻게 하는지? 그 일상은 왜 반복되는지? 어떤 의미인지? 그 일상을 반복하는 나를 보며 어떤 감정이 드는지? 그리고 어릴 때 방학마다 그린 계획표처럼 원을 그리고 24시간에 맞게 나눈 뒤 반복되는 일상을 시각화한다. 일상을 한눈에 확인하며 하루에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이고 아쉽거나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이 과정을 통해 현재 일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더 나은 일상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2) 루틴 사다리 만들기

- 완벽주의를 벗어나 루틴 실천하기

 이제 더 나은 일상을 만드는 루틴을 계획하고 실행할 단계이다. 계획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이다. 계획은 계획일 뿐, 시행착오가 당연하고 계속해서 수정하고 다시 시도해야 한다.


[완벽주의의 네 가지 거짓말]
1. 완벽하지 않다면 하지 않는 게 낫다. (X)
→ 완벽을 추구할수록 목표는 더 멀어진다. (O)

2. 목표 달성을 위해 더 큰 목표를 가져라
→ 목표 달성을 위해 목표를 절반으로 줄여라. (O)

3. 당신은 모두 다 해낼 수 있다. (X)
→ 우선순위를 선택해야 한다. (O)

4. 목표 달성 과정에서 재미있는 건 가짜다. (X)
→ 즐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O)


 위 완벽주의의 네 가지 거짓말은 존 에이커프의 책 '피니시'에서 소개하는 개념이다. 나는 일상의 고리 워크숍을 기획하며 루틴을 망치는 완벽주의를 피하기 위해 '루틴 사다리'라는 방법을 만들었다.


 어떤 루틴을 일상에 자리 잡게 만들고 싶을 때, 내가 루틴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반으로 줄이거나 달성 기간을 2배로 늘린다. 여러 실패 경험으로 나는 이제 한 번에 여러 가지 루틴을 동시에 일상에 자리 잡게 하지는 않으려 한다. 한 번에 하나씩, 새로운 루틴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다른 루틴을 작게 시도해 본다.

 또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표를 만들고 매일 실행한 뒤에 스티커를 붙여 시각화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나에게 작은 선물을 하기 위해 조금씩 돈을 모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루틴 사다리를 만든다. 매일 실행하는 루틴에 실행 혹은 달성 단계를 만들어보는 거다. 10%는 어떤 변수가 생겨도 무슨 일이 있어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적어본다. 50%는 아쉽더라도 목표를 위해 최소한으로 실행하는 방법, 100%는 처음 생각했던 실행 방법, 200%는 이렇게 하면 정말 뿌듯할 거 같은 방법을 정해 본다. 원하는 정도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루틴을 지켰다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정한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오늘은 망했어'라는 생각에 도달할 수가 없다. 망했다는 생각이 들 때, 적어도 10% 목표라도 달성하면 포기하지 않고 내일 다시 루틴 사다리를 오를 수 있게 한다.

'루틴 사다리' - 일상의 고리 워크지 중


나는 요즘 이런 방식으로 일상에 루틴을 하나씩 더해보고 있다. 운동과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고, 내일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게 집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또 브런치에 글을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써나가고 있다. 다음은 독서 루틴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루틴이 깨져버린 날도 10% 루틴 사다리에는 매일 발을 걸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세 가지 루틴 모두 100%로 달성할 수 있었다. 무기력을 벗어나 안정적인 일상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 꾸준히 해내는 힘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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