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브소영 Aug 25. 2021

큰 그림만 좋아하는 그에게

거장들의 철학보다 당장 오늘 점심메뉴가 중요하죠

 인생은 정말 사소한 의사결정들의 연속이며, 그 사소한 의사결정들의 합이 우리의 인생을 좌우합니다. 그저 소시민인 일반인들에게는 김정일의 서거 뉴스가 맞느냐, 틀리느냐보다도 당장 이번 주말 마트가 문을 여는냐, 닫느냐가 중요한 이슈인데도 늘상 입에 거대담론만을 달고 사는 부류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치들은 보통은 배웠다하는 사람들이고, 대체로 보면 또 남자들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를 분석하는가 하면, 또 지금 일어나고 있는 동학 개미운동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두고 온갖 억측들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바쁘죠. 마치 공부하듯 원유 가격의 폭락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향후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달러-원화 스와핑으로 환율 안정이 될 경우 전망치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만보면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머리도 좋고, 또 말도 잘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저는 이런 거대담론을 좋아하는 허당들을 많이 보아왔고, 저 또한 한때는 이런 부류였기 때문에 거대담론의 무용성에 대해서 오늘은 말씀을 드려볼까합니다.

 저는 지식의 가치를 측정할 때에 얼마나 인생을 살면서 활용도가 빈번한지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보다도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더 감동깊게 읽었고, '포브스'보다는 '보그'를, '정의란 무엇인가'보다는 '대통령의 글쓰기'를 훨씬 더 좋아합니다. 물론 깊이있는 사색과 통찰력의 힘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마는 그만큼 실용적 지식의 중요성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저 또한 필요 이상으로 거대 담론들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식의 양이 멋 훗날 부의 규모를 보장해 줄 것만 같았고, 좋은 대학과 대기업 취업이 바로 부자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편으로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원동력이기는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게 다 부질없는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균형이 무척 중요하겠지만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롤모델은 백종원입니다. 실용적인 지식의 양도, 추상적인 지식의 양도 모두 어마어마하지만 그 지식이 잘 밸런스가 맞는데다가 '요리'라는 하나의 초점으로 응집되어 본인이 업에서 이루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으로 확대되거든요. 그래서 저 또한 제가 훗날 업으로 삼을 수 있는 분야의 지식으로 응집할 수 있는 아티클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모임으로, 인맥으로 알게된 지식들은 언젠가 잘 써먹을 수 있게 끔 조금씩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를들면 이번 코로나 이후의 사태에 대해서 언택트니 어쩌고 저쩌고 백날 떠드는 사람보다 그냥 지원금 신청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아는게 진짜 지식이라 생각합니다. 백날 재테크, 주식, 부동산 이야기를 하는 사람보다도 그냥 가계부 꾸준히 쓰면서 절약하는 사람이 훨씬 돈을 많이 모으는 것과 같은 이치고, 무슨 요리가 맛이 어떠하고, 어느 식당은 뭘 잘하느니 주워들은 정보들을 가공해서 제것인냥 젠체하는 사람보다는 그냥 집에서 볶음밥 맛있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 훨씬 잘 사는 것과 같은 이치죠. ​


 결론. 거대담론 이야기하는 사람치고 현실 세계에서 인정받는 사람 별로 없더라. 이 말씀.

매거진의 이전글 심플함의 역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