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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브소영 Sep 15. 2021

심플함의 역설

압축할줄 모르는 자는 뻔뻔하다

최근 미디어 컨텐츠들의 깊이가 계속적으로 짧고, 동시에 얇아지고 있습니다. 가령 예전에 책으로 두, 세시간 할애해서 읽었던 과거의 컨텐츠와 달리 한 때에는 블로그나 카페글을 드래그를 하며 5분 정도 정독하며 읽었던 시절이 있었죠. 그리곡 유튜브로 1분 정도를 보아왔던 시절이 있었고, 심지어 지금에 와서는 10초 분량의 틱톡으로 컨텐츠를 소비하기에 이르렀죠.


 작금의 현상을 보며 이제 재미없는 것을 만드는 것은 범죄에 가까운 일이라고 누가 평하더군요. 실제로  재미도 없고, 교훈도 없으면 그게 최악의 컨텐츠라 쓴 글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더러는 '어렵게 말하는 것은 죄다 사기꾼'이라고 평하며 심플하게 말하기를 강조하는 지식인도 있고, 예전에 진중권 교수님은 한 강연에서 '세상의 대부분 아이디어는 A4 한 장으로 요약이 가능하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그의 소설에서 그랬죠, '압축하지 않는 자는 뻔뻔하다'라고. 실제로 출판계에서도 요약과 압축, 정리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인터넷에서도 영화나 소설, 사건에 대해서 #한줄정리 라는 표현으로 요약하는게 문화적 현상으로도 떠오르고 있죠. 미니멀리즘,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정신이 사고와 행동패턴에도 영향을 미친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한 편으로 지금과 같이 복잡한 현대사회의 그 어떤 일을 과연 심플하게 설명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어요. 누군가 저에게 '비트코인이 뭐야?' '공수처는 왜 만들었어?' '2022년 주식이 계속 오를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의자는?' 과 같은 질문을 한다면 저는 이를 한줄로 짧고 명료하게 대답하는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압축한다는 것은 맥락과 앞뒤 정황을 생략하게 만들고, 그렇게 요약된 심플한 답변은 되려 답변하지 못하는 것보다도 못한 정보전달이 됙기 때문이지요. 물론 핵심을 명확학게 꿰뚫는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그러한 상황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화자와 청자가 같은 수준의 배경지식이 없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헌데 애석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대부분의 환경과 상황은 이럴 수 밖에 없습니다.


저의 이런 고민에 대해서 20세기 최고의 지성인중 한명인 리처드 파인만은 자석이 서로 밀어내는 이유를 예로들며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하고, 심플하게 설명하는 사람들이 되려 사기꾼이 많고, 무지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경박단소의 시대에 우리는 좀 더 무겁고, 진지하게, 더러는 복잡하게 이야기하고 사고하는 방법을 익혀야할 필요가 있어요. ​이런걸 두고 아마 우문현답이라고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천재는 달라요. 이 동영상을 한번 보세요. (아 동영상을 한줄 요약하면 ‘상대의 지식 수준에 따라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도 다른 ‘깊이’로 설명해야한다’)

https://youtu.be/3smc7jbU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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