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애 Dec 31. 2024

포르투에서 ㅡ 하나

서로 다른 시간을 살기도 했다.


오늘은 포르투로 가는 날.

아침 식사는 프랑스 제과점 ‘폴’의 빵과 커피다.

폴의 테라스에 앉아 아우구스타 거리를 마지막으로 즐기는 시간,

가족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딸아이 때문에 마음을 끓였던 시간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작년에 남친과 헤어진 후 딸아이는 유난히 까칠한 태도를 보였기에 우리 가족에게는 무척 힘든 시간이었음을 이야기하는데 딸아이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딸아이에게는 그 시간이 오히려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밖으로 두고 있었던 시선을 돌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고, 자신에게 집중하며 자신을 채워가는 시간이었단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우리들은 딸아이가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다고 생각해 딸아이의 까칠함을 견디면서 간혹 상처받기도 했는데.......

“많이 속상했어?”

“응, 내가 딸을 잘못 키웠나 하는 생각도 했었어.”

“그 정도인지는 몰랐어. 나한테만 집중했나 봐. 미안하네.”


아침 식사 후에 테주강을 산책하였다.

강변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모래 예술도, 돌에 그린 그림도 바다에 제법 잘 어울린다. 프로의 실력이 아니어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예술혼을 표출하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다.

“우리는 예술을 느낄 줄 알잖아. 창작도 좋지만 감상도 하나의 예술 활동이라 생각해. 여행을 하면서 문득문득 엄마에게 고마울 때가 있어. 엄마가 바쁜 속에서도 다양한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준 덕분에 지금 이러한 것들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말이야. 이렇게 풍요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키워줘서 고마워.”

그러면서 엄마의 은퇴 후의 생활이 좋아 보인다고, 잘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고, 엄마 주변에 시간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부럽다는 말도 덧붙인다.

아침 식탁의 눈물 때문일까? 오늘 아침 딸아이의 말이 달달하다.


포르투로 가는 길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가는 방법은 버스와 기차가 있다. 우리는 버스를 택했다.

체크아웃 후 우버를 타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구시가지를 벗어나니 신시가지 쪽은 다른 도시들과 비슷하다.

우리가 탄 우버는 여자기사가 운전하는 소울이다. 이렇게 작은 차로 영업을 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외국에서 만나는 우리나라의 차이기에 반가움이 앞선다.

버스정류장에 내렸는데 버스 탑승장에 대한 안내표지가 없다. 시간은 촉박한데 장소도 넓다. 딸아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탑승장을 찾는데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무엇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안 되는 영어로 벤치에 있는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딸아이가 간 곳의 반대쪽을 가리킨다.

급히 딸아이를 불러 정류장으로 가려는데 길을 알려준 아가씨가 일어나더니 버스 앞까지 안내해 준다.

베리 베리 땡큐다.

우리가 버스에 올라타니 곧 버스가 떠난다. 3시간 15분이면 포르투에 있을 거다.


정확히 3시 15분에 포르투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처럼 산이 많은 고속도로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포르투에서의 숙소는 에어비엔비로 아기자기 예쁘고 분위기 있다.

집에서 쉬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집에 대한 애정을 듬뿍 간직한 호스트는 스위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말투로 집에 대해, 포르투에 대해 정성을 다해 설명한다. 영어로 농담까지 나누는 딸아이와 호스트의 모습이 예쁘다. 포르투는 왠지 아기자기 정겨운 도시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히베이라 광장을 향해 나섰다.

같은 포르투갈인데도 포르투의 거리는 리스본과 많이 다르다.

건물이 좀 더 오래되어 고풍스럽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아줄라주 장식이 많은 건물의 색들이 참으로 예쁘다.

히베이라 광장은 도루강변에 펼쳐진 광장이다.

강과 배와 건물과 테라스가 만들어내는 광장 감탄이 절로 나는 풍경이다.

강 이쪽이나 건너편이나 건물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건물들은 강변에서부터 언덕을 향하여 첩첩이 쌓여 가는데 그 모양과 색감이 독특하다.

그 위에 강렬하게 부서지는 햇살이 화려함을 더한다.

배들이 오가는 도루강과 강을 이어주는 웅장한 동 루이 1세 다리, 그리고 양쪽 언덕의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한껏 매료되어 나는 또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왔다는 것을 실감하며 한껏 설렌다.

그 광장을 메운 사람들도 풍경이 되는 곳에서 나도 하나의 풍경이 되어 거리를 거닌다.


발길은 자연스럽게 동 루이 1세 다리를 건너 모후의 정원으로 향한다. 모든 사람이 그곳을 향해 가고 있으니 저절로 따라가게 된다.

동루이 1세 다리는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은 자동차와 보행자 통로이고, 2층은 트램과 보행자 통로이다.

아주 가파른 계단을 올라 2층 다리에 오르니 다리가 사람들로 꽉 차 있다. 관광객은 리스본보다 포르투에 더 많은 듯하다. 이곳이 저녁 무렵이면 사람들이 몰려드는 핫한 곳이어 서일 수도 있지만.

모후의 정원에 도착하니 눈 아래로 도루강과 히베이라 광장을 품은 아름다운 포르투가 펼쳐진다. 서서히 붉어지는 하늘 아래에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이다.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이유가 충분하다. 심어 놓은 것처럼 정원을 꽉 채운 사람들 속에 우리도 피크닉 매트를 폈다.

계속 이어지는 버스킹을 즐기며 사람 구경도 하며 해지는 정원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오늘은 구름이 많아 사진에서 본 것만큼 빨갛지는 않았지만 여린 붉은빛만으로 포르투의 강한 인상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공원에서 내려와 식당을 찾아갔으나 예약이 꽉 차서 들어갈 수가 없다. 관광객이 많아서인가 포르투에서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유명한 식당엔 들어갈 수가 없다.

예쁜 숙소를 누리기도 할 겸 샐러드와 과일을 곁들여 컵라면으로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은은하게 불을 밝히고 와인도 한 잔 곁들이니 더할 수 없이 분위기 있는 저녁이다.

포르투는 또 새롭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