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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애 Nov 12. 2024

리스본에서 ㅡ 셋

리스본 대성당에서 미사를 ​


오늘 아침은 딸아이와 각자의 일상을 살기로 했다.

딸아이는 한국에서 챙겨 온 러닝복을 입고 테주강으로 나섰고, 나는 미사를 보기 위해 리스본 대성당으로 향했다.

여행지에서 일요일을 맞게 되면 미사를 보려고 여행계획에 미리 넣어 둔다. 외국의 유서 깊은 성당에서 보는 미사는 특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있는 성안토니우 성당에 잠시 들렀다. 크지 않은 평범한 성당에 오밀조밀 조각상이 많다.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리스본 대성당은 미사 전후 30분 동안은 관광객의 출입을 제한하고 미사를 준비한다. 성가가 울려 퍼지는 성당은 성전으로서의 경건함을 한껏 품고 있어 좋다.

미사 시작 전 시간이 조금 있어서 새로운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54일 기도를 이곳에서 시작할 수 있어서 좋다. 가족과 내 주변 사람들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면서 나도 평화를 느낀다.

청아하고 맑은 성가와 더불어 시작된 미사 시간. 가슴에서 간절하고 뜨겁게 올라오는 기도가 있다. 기도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기도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다. 특별한 곳에서 느끼는 이 감정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미사를 드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며 기원하였다. 평소에도 이래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오늘은 이 순간의 깊은 신심만으로도  감사하다.

외국 성당에서 이국인들과 나누는 평화의 인사는 미사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시간이다. 낯선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과 환영의 마음이 보이는 평화의 인사는 그 나라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에 재미있고, 반가움과 환영을 담은 그틀의 따뜻하고 환한 미소와 몸짓에 감동받곤 한다.

오늘은 성당을 방문한 특별한 손님인 듯한 ㅡ미사 중에 일정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미사 후에는 그들을 신자들에게 소개하고 인사하는 것을 보면 ㅡ몇몇 청년이 망설이며 수줍게 손 내밀어 평화를 빌어 주었다. 나도  반갑게  청년들의 손을 잡으며 진심으로 그들이 평안하기를 빌었다.

미사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은 관광객을 들이지 않아 고요한 성당을 차분히 둘러보며 성당을 충분히 마음에 담았다. 성당을 나오기 전 촛불을 밝히고 우리 가족을 위해 특별한 기도도 드리고.

성당을 온전히 느끼는 것은 역시 미사 드릴 때와 기도할 때임을 다시 한번 느낀 시간이었다.

성당을 나와 밖에서 기다리는 관광객들을 보면서 나만 소중한 것을 간직한 것 같은 마음에 흐뭇했다.

욕심일까 싶기도 했지만 욕심이라도 누리고 싶다.

성당 밖의 북적이는 분위기에 다시 관광 모드에 접어들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이동하는 관광객들이 있어 뒤를 따라가 보았다. 골목 투어인 듯 좁다란 골목골목을 다니며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있다. 언덕과 언덕 사이에 세워진 도시라서 그런가, 좁다란 골목들이 꽤나 많다.  중간중간 멈춰서 설명하는 것을 보니 그곳에 역사도 사연도 많은 듯하다. 영어라서 잘 알아듣지 못하지만 그냥 재미있어서 10여 분을 따라다녔다. 그들과 헤어져 큰 거리로 나와 혼자 걸어가는 길, 이쪽 구역은 또 다른 분위기라서 느낌이 새롭다. 리스본은 참 다양한 색깔을 지녔다.


대화가 필요했던 시간 ​


브런치 카페에서 딸아이를 만나 점심을 먹고 오래된 서점 리라브리아에 갔다.

포르투갈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특별히 전시되어 있어서 새로이 알게 된 것도 좋았고,

동화책 들춰보는 재미,

지인이 주문한 어린 왕자를 찾아보는 재미,

해리포터를 구경하는 재미에 빠질 수 있는 책을 품은 서점이 좋아서 한참을 머물렀다.

서점을 나오니 길거리에서 뜻밖의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제복을 입은 어른들이 일렬로 서서 음악에 맞추어 발박자를 맞추고 노래를 부르며 행진하고 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을 듯하여 한참을 지켜보는데 딸아이가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딸아이의 계획에 있었던 음반샾 리우리우를 둘러보고 나오니 갑자기 딸아이가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서점이나 거리에서 엄마가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내서 여유롭게 공원에서 쉬려던 계획 틀어졌다고.

 오늘은 휴식이 필요했단다.

“그럼 그렇게 말을 하지. 네 계획을 몰랐잖아. 엄마는 혼자 다녀도 괜찮다고 한 거 같은데.”

나의 말에 딸아이는 엄마의 말 중에 함께 하고픈 마음이 보였단다. 아무래도 그랬을 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 지금부터 각자의 시간을 가져도 좋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오늘은 같이 지내고 내일부터 생각해 볼게.”

어제 잠시 들렀던 자르딤 공원으로  우버를 타고 이동하였다. 엄마 마음이 상했을까 봐 걱정이 되는지 딸아이가 자꾸 말을 걸어온다.

나는 정말 괜찮은데,

둘이 길게 함께 하는 여행의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어서 충분히 이해하는데....

이런 내 진심을 딸아이가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수아 마음이 편해질 테니.


자르딤 공원에서의 휴식 ​


자르딤 공원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공원 한편에 있는 푸드트럭에서 사 온 상그리아를 마시며 몸도 마음도 내려놓고 쉬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낯선 언어의 대화가 의미를 모르니 아름다운 소리로 스쳐가 감미롭게 들린다.

공원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을 지켜보며 그들의 반가움을 나도 느끼고,

포옹하며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보며 내 마음도 설렌다.

그들에겐 일상일 텐데 그것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여행자여서이겠지?

이러한 소소한 느낌을 나의 언어로 기록하는 시간,

바람이 불어와 가볍게 내 머리칼을 날린다.

딸아이가 나타를 먹고 싶다기에 공원 아래로 나타를 사러 나섰다.

아센도르 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

거리는 비어 있고 햇살만 가득하다.

나 혼자 걷는 골목

나 혼자 걷는 계단

갑자기 마주한 이 정적이 참 좋다.

번화한 거리로 나오니 아까 보았던 퍼레이드행렬이 다시 보인다

노인들의 노래가 힘차다.

무슨 의미일까

사람들이 보내는 많은 박수가 온종일 진행하는  노고에 답이 되길.

공원에서 먹는 나타와 아이스커피

달달함을 쌉쌀함으로 덮으니 이것이 맛의 진리이다.

리스본에서 발견한 진리.


자르딤 공원의 일몰 ​


자르딤 공원은 주변 건물보다 조금 낮은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지는 해는 건물뒤로 넘어가며 붉은빛을 비춘다.

해가 내려가면서 빛을 더하는가

붉은빛을 배경으로 건물색이 점점 짙어진다.

짙은 자줏빛 지붕을 덮은 흰 건물들이 건너편의 알칸테 광장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쪽 하늘은 노을의 잔영으로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고

한쪽 하늘은 푸른빛으로 변해가고

한쪽 하늘은 어둠에  싸여 달이 빛나고 있다.

어둠에 잠겨가던 건물에 하나둘 불이 켜진다.

이렇게 저녁에서 밤으로 가고 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는 시간,

카더가든의 노래가 더욱 감미롭게 들린다.


저녁은 한식


아시안푸드가 모여있는 푸드코트에서

순두부찌개와 라면 그리고 양념치킨을 주문하였다.

라면엔 밥이 딸려 나오는데 아주 맛있고

순두부찌개는 그냥  두부를 넣은 찌개이다.

양념치킨도 익숙한 우리의 맛이다. 대신 여기 닭이 큰지 살이 많다.

네팔사람이 요리사이지만 양념은 한국사람이 만든다더니 제법 한국스러운 맛이다.

이번 여행에서 음식들이 만족스러워서 한식 생각이 나진 않았는데도 오랜만의 한식은 반갑고 좋다.

저녁을 먹으며 딸아이의 연애관에 대한 이야기, 딸아이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한 딸을 지켜보는 엄마아빠의 마음을 이야기하니 딸아이는 k장녀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딸아이가 장녀로서의 부담이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자기가 태어난 자리는 벗어날 수 없나 보다.

안쓰럽다.

푸드코트 아래에 있는  아시안마트에서 컵라면과 사과를 샀다.

어제 산 사과가 맛있어서 계속 사 먹고 있다.

라면은 우리나라엔 없는 것들이 있다. 김치신라면 같은.

외국에서 생산해서 판매하는 것인 듯싶다.

가격은 작은 것이 1.75유로이니 많이 비싸다.


마음은 표현해야 ​


우리 딸 한 번 안아보자.

호텔로 돌아와서 딸아이를 안아 주었다.

오늘 하루 힘들었을 딸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위로 그리고 고마움을 담아서.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자꾸 애정표현을 하고 싶어 진다.

사랑은 전염성이 강하다.

케모마일티와 함께 하는 휴식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 리우음반샵 #리라브리아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자르딤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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