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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애 Sep 24. 2024

리스본에서 ㅡ 하나

하나 ㅡ 리스본으로


오늘은 리스본으로 가는 날.

이제 바르로나를 좀 편안히 즐기게 되었는데 새로운 곳으로 가니 다시 긴장이 된다.

일찍 일어나서 남아있는 바게트와 초리조, 사과, 코르타도로 아침을 먹었다.

물 기준이 넘을까 걱정하며 짐을 체크한 후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공항에서까지 이리저리 짐을 옮겨가며 조정했음에도 캐리어 하나가 수하물기준을 넘었는데 heavy 스티커만 붙이고 통과시켜 준다.

다행이다.

이런저런 신경을 써서인가, 딸아이는 배고프다며 공항에서 맥도널드 햄버거를 사 먹었다.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둘 다 초췌한 모습이다.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 이동은 쉽지 않다.

30분 정도 지연되어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이 채 못되어 포르투갈에 도착하였다.

여기는 스페인보다 1시간 느리다.

시계를 다시 맞추며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렇게 다른 시간으로 건너가고 있으니.

우버를 타고 호텔로 가는 길,

공항에서 우버 탑승하는 곳을 찾아가는 길이 꽤나 복잡한데 딸아이는 참 믿음직스럽게 길을 찾아간다.

똑똑하다.

택시를 타고 가며 만난 리스본은 바르셀로나와 색깔이 다르다.

화사한 여인의 느낌이랄까?

은은한 파스텔톤의 핑크빛을 머금은 건물이 많다.

남쪽지방의 나른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우리 호텔 에스퀴나는 가장 번화가인 아우구스타 거리에 있다.

창문을 열면 버스킹 소리가 들려오는 곳,

호텔 밖으로 걸어 나가면 그냥 여행지인 곳이다.

정말 편하게 여행할 수 있을 듯하다.


둘. 상조르즈성에서​


오전의 이동이 힘들었나? 몸이 다소 찌뿌둥하다. 목도 칼칼하고.

컵라면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감기약을 먹고 좀 쉬는데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기분전환을 위해 호텔에서 웰컴푸드로 준 나타 ㅡ 에그타르트를 먹는데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 바삭함과 부드러움은 뭐지?

평소에는 즐겨 먹지 않던 에그타르트인데 리스본의 첫날, 나타와 사랑에 빠져 버렸다.

호텔에 있으니 오히려 몸이 더 처지는 듯해서 밖으로 나왔다.

호텔을 나서자 리스본이 확 다가온다.

돌길과,

거리 가득한 사람들과,

즐비하게 늘어선 테라스가 아우구스타 거리 끝의 개선문과 만나 만들어내는 이 분위기는 충분히 이국적이다.

아, 내가 리스본에 왔구나.

거리 곳곳에서 벌어지는 퍼포먼스와 버스킹에 발길을 자주 멈추게 된다.

너무 좋아, 너무 좋아!

감탄사를 연발하는 딸아이는 벌써 리스본에 반해 버렸다.

나타 맛집인 만테이가리아에서 에그타르트와 커피를 사서 상조르즈성으로 향했다.

노을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성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 심하지만 돌길로 만들어진 계단마저도 느낌 있어 이것저것 연출하며 사진을 많이 찍게 된다.

상조르즈성으로 들어서는 길은 은은하면서도 고풍스럽다.

예스러움을 지녔으나 과하지 않은, 그래서 편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15유로의 티켓을 구입하여 성에 올랐다.

노을이 지고 있는 성벽 전망대로 걸어가는데 벌써 설렌다.

특별한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테주강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주황빛의 지붕들이 노을에 아름답게 물들고 있다.

한숨 쉬게 하는 아름다움, 눈물 날 거 같은 아름다움이다.

성벽에 걸터앉아 저물어가는 도시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도시의 일몰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딸아이가 귀에 이어폰을 꽂아 준다.

카더가든의 ‘내일의 우리’라는 곡이 흐른다.

붉은 지붕 위로 붉은 노을이 내리고, 함께 물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사랑을 전하며 포옹을 한다.

그 분위기에 취해 나도 딸아이를 안아 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붉은 노을은 분홍빛으로 옅어지다가 하나둘 밝혀지는 불빛을 만나 동화되어 간다.

완전한 어둠에 야경이 피어날 때까지 성에 머물렀다.

돌아오는 길, 밤이 내린 골목의 아기자기 은은한 카페 분위기가 꽤나 낭만적이다.

리스본의 특유한 분위기가 그 카페에 서려 있다.

저녁식사는 마리아 카티타 레스토랑의 해물요리, 조개찜과 뽈뽀와 해물밥이다. 사람들이 많아 대기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불빛 환한 골목의 분위기와 레스토랑이 맘에 들어 기꺼이 기다렸다. 음식도 그 보답을 해 주어 만족스러웠다. 특히 부드러운 문어의 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다시 돌아온 아우구스타 거리,

9시 넘은 밤에도 사람들은 거리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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