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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May 16. 2023

01 다운증후군. 그 시작.

# 첫 만남. 터널 입구에 서다.

 5월8일 아침부터 아내는 진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 가정에게 주신 세 번째 귀한 선물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었다. 곧 다가올 나의 생일을 생각하며 오늘이 아니길 바란다며 버티던 아내는, 두 아이를 재우고 나서 결국 홀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아내와 통화후 나도 뒤늦게 두 아이를 친구네 집에 맡기고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 후 받은 코로나 검사의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나서, 아내 곁에 있을 수 있었다.


 자정이 넘어서고, 아내의 진통은 극에 달했고 분만준비에 돌입했다. 그리고 1시 33분... 사랑하는 아들과 첫 만남이 이뤄졌다. 탯줄을 자르고, 난 아이의 목둘레와 전체적인 외형을 먼저 살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2월의 어느날. 출장업무가 있어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에 전화가 울렸다. 아내와 아이가 진료 받고 있던 병원이었다.

 "산모님 보호자 되시죠? 1차 기형아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모든 부분 정상인데, 다운증후군 검사에서 1대170으로 고위험군으로 나왔습니다"

 (170명중에 한명의 가능성으로 다운증후군이 걸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후, 일정을 잡고 함께 병원으로 향했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목둘레에 관한 이야기였다. 정상적인 아이보다 두껍다는 소견이었다. 이후에 니프티 검사와 같은 정밀검진을 제의 받았으나, 하지 않기로 했다. 아내는 어차피 낳아서 키울건데 왜 굳이 그걸 미리 검사해야 하느냐에 대한 말을 했다. 나 역시, 굳이 검사를 해서 결과를 얻는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었다. (실제, 니프티 검사에서도, 일반 기형아 검사에서도 정상 판정을 받았으나 나중에 태어나고 나서 다운증후군 확정 소식을 들은 사례도 여럿 있었다.)


 치료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든 검사를 받고, 그 다음 과정을 밟았겠지만, 치료 방법은 일체 존재하지 않는다.


 여튼, 검사 당시 목둘레가 정상 범주를 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탓에, 이후로 진행되는 초음파 검사에서도, 그리고 실제 막내아이가 세상에 나왔을 때도, 계속 목둘레에만 온갖 신경이 곤두섰다. 내 눈에는 정상으로 보였다. 그렇게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막내아이는 자정이 넘어서 태어났고, 태어난 그날 아침. 아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그 때, 병실내 전화가 울렸고, 통화를 하던 아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담당 소아과 선생님의 전화였다. 아이의 외형과 히스토리를 살펴보니, 다운증후군으로 의심되며, 유전자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내 눈에는 정상으로 보였는데... 도대체 무엇이 의심되었던 걸까, 그저 단순 히스토리만 보고 그런건 아닐까. 엄청난 걱정과 근심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이에게 주삿바늘을 꽂아, 피를 뽑고, 검사 결과가 나올 3주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가장 먼저, 교회에 알렸다. 그리고 관련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병원 계단에서 그저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나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게 두번 다시 돌아가기도 싫고, 잊을 수 없는 눈물이 마를날 없던 3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병원에서 3일의 시간이 흐르고,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하는 길에 가장 가까이에서 다시 아이를 볼 수 있었다. 특징이 조금씩 보였다. 하지만 내눈엔 그저 애매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느끼고 싶었다. 그래도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내 안에 가득했다.


 그렇게 난 3주의 깊은 터널 입구에 들어섰다. 앞도 보이지 않고, 출구조차 보이지 않으며,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알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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