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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May 23. 2023

08 어린이병원 (1)

익숙치 않은 첫 경험.

 유전과가 있는 어린이병원에 들어섰다. 입구는 어린이병원답게(?) 알록달록했다. 천장도 높았다. 1층 대기하는 곳 한쪽 벽면엔 기부하신 분들의 리스트가 나와 있었다. 유명 연예인들도 있고, 기업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시간 떼우기 느낌으로 쭉 읽어보긴 했는데, 나중에는 읽으며 절로 감사가 나왔다. 이분들로 인해, 이런 좋은 시설에서 우리 아이가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이제 막 정오였고, 진료 시간은 오후에 예약되어 있었기에, 1층 대기실 안쪽에 자리했다.

 어린이병원의 첫 느낌은 생각보다 따스하고 포근했다. 밖에서 드러오는 자연스러운 햇빛과 높은 천장이 긴장을 많이 늦추게 했다. 그도 잠시...


 처음 찾은 곳에 적응하느라 눈으로 건물 이 곳 저 곳을 훑어본 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다. 아직은 점심시간이라 많은 사람이 있진 않았다. 그러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바로 옆엔 몇개월 되지 않은 아이와 부모가 있었다. 기껏해야 3~4개월 정도 된 아이였다. 그런데  아이의 몸엔 수 많은 기계 장비가 붙어있었다. 아이의 몸무게와 키보다 더 크고 무거운 장비였다. 아내의 설명으론 수유가 불가능해서 외부에서 분유같은 것을 섭취할 수 있도록 넣어주는 기계와 수시로 심박수를 체크해서 문제가 발생될 경우 알려주는 기계 등이라고 했다. 

 (아내는 아이의 다운증후군 결과 전후로 이미 수 많은 정보를 조사하여 숙지하고 있었다)


 사실, 그 아이보다 부모의 모습을 먼저 보였었다. 아무렇지 않게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식사를 하며,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너무나 일반적인 부부의 모습이기도 했고, 아직은 작디 작은 아이였기에, 눈에 막 들어오진 않았다. 주변에 있는 장비가 먼저 보였고, 그 장비를 따라가다 아이에게 시선이 향했던 것이다.


 아이를 케어하는 두 부부는 오히려 익숙하게 그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대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너무나 익숙한 그 모습이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 


 시간이 흐르고, 대기실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명 한명이 들어올때 마음이 더 아파왔다. 너무나 많은 아이가 아파하고 있음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 그 와중에 난 한편으로 참 못된 생각도 들었다.   '우리 아이 정도면 덜 아픈거네.. 감사하네...'  이런 감사를 하는 내 모습이 참 못나보였다.

 비교해선 안된다 했는데.. 나도 모르게 비교하고 있었다.


 그러다 의료 침대에 누워 들어오는 한 환우가 보였다. 청소년에서 청년 정도 된듯 했다. 병명은 알 수 없지만, 침대에 누워 혼자의 힘으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더 많은 장비가 보였다. 그런 환우들이 몇 몇 더 있었다. 가슴이 더 아팠다. 

 '왜 저 아이들이 아파야 할까... 부모님들의 마음은 또 어떨까...'


 그러다 진료 시간이 가까워졌고 진료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향했다. 그 곳에도 수 많은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미취학 아이들로 보였다. 많이 아픈 아이들이 보였다. 제대로 걷는 아이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유모차에 앉아 있거나, 보조기구를 달고 있는 아이가 대부분이었다. 장애가 있어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 아이들의 대부분 너무나 밝고 환하게 웃고있었다. 그에 반해 부모님들의 얼굴은 대조적으로 어두워보였다. 알록달록한 예쁜 색 가운데 잿빛이 여기저기 보였다. 


 어떠한 말도 많이 할 수 없었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도 몰랐다. 자칫 잘못하면, 구경꾼처럼 보일 수도 있겟단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러웠다. 아이를 아이로 바라보지 못하고, 나 역시 잿빛으로 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수 많은 생각을 했다. 진료를 앞드고 더 복잡해졌다.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우리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될까... 너무나 복잡해졌다. 아내는 이비인후과와는 다르게 친절하신 분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예민해있는 내게 이야기하며 진정시켰다. 그렇게 호명이 되고, 진짜 첫 관문에 들어선 마음으로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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