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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May 23. 2023

07 대학병원

절망과 희망이 공종하는 곳.

 시간이 흐르고, 협력병원으로 택한 모 대학병원에 향했다. 그 곳은 아내가 20대 사회 초년생일 때 처음으로 일했던 곳이었다. 아내는 어렸을 때부터 병원에서 일하는걸 꿈꿔왔고, 그 첫 직장이 협력병원인 모 대학병원이었다. 아내에겐 설레임의 첫 직장이자, 꿈이었던 그 곳이, 이젠 도장깨기의 목표가 되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이비인후과였다. 태어나자마자 받은 첫 청력검사에서 재검사 소견으로, 다운증후군 확진 판정 받은 그날 검사를 했었는데 또다시 재 정밀 검사 소견 결과를 받았다. 결국 유전과 검사도 검사였지만, 그 이전에 청력검사를 위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질병중에 하나가 난청이다. 그렇기에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보청기 등의 시술을 요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무적"


 검사 전, 진료실에 들어갔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분과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시는 듯한 두 분의 의사선생님이 계셨다. 그리고 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데, 너무나 아무렇지 않은 사무적인 어조로 아이의 진료 검사 과정을 얘기했다. 그 분들에겐 매일의 일상이기기에, 무표정으로 당연하듯 이야기 하시는 거겠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선생님들을 기대한 내겐 너무나 사무적. 그 자체였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밖으로 향했다. 


 정밀검진을 위해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였다.

 한 젊은 여성분과 그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과 동생 즈음으로 보이는 남성분이 대기하고 계셨다. 대학병원은 사람이 참 많다. 그렇게 큰 주차장에 주차 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정도로 차가 많았고, 주차 후 건물에 들었을 때에는 생각보다 적은가? 싶다가도 각 진료과로 들어갔을 때 수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의료진분들부터 보호자, 환자 등 많았다. 건물이 커서 사람이 많은 건지, 사람이 많아서 건물을 크게 지은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렇게 많은 인파속에 유독 이 세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젊은 여성분은 예민해보였다. 누가봐도 진료 받기 위해 온 당사자임이 분명했다. 어머니는 그런 여성분의 마음을 안심시키려 하셨는지, 오히려 편안하게 대하고 계었다. 남성분은 오히여 더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남편이라기보다 동생이라 생각되었다)


 이미 그 곳엔, 이 분들 말고도 수 많은 환자들이 있었다. 귀에 보조기구를 끼거나 보청기 등이 껴 있는 아이들도 많았다. 아이들을 바라보던 아내가 내게 말했다

 "수술만 피했으면 좋겠다.." 

 대학병원에 가면 같은 과라도 다양한 환자 분들을 만나게 되는듯 하다. 그리고 보호자분들 또한 많이 보게 된다. 물론, 어린 아이들이 눈에 너무 많이 들어오긴 했으나, 바로 옆에서 대기중인 그 세분이 눈에 유독 들어왔다.


 시간이 흐르고, 그 세분은 진료실에 들어갔고... 잠시 후 나왔다.


 먼저 여성분이 잔뜩 인상을 찌푸린채 나왔다... 그리고 그 뒤로...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며 나오셨다. 알 수 없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그나마도 방금 전까지 표정이 밝으셨던 어머니의 표정이 진료실에 나왔을 때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와는 대조적인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잔뜩 긴장하고 상기된 얼굴로 대기실에 있다가, 진료를 마치고는 환한 미소로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너무나 사무적인 의사분들의 표정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에 휩싸이기엔 너무나 반전인 그 곳이었기에. 일희일비를 가슴으로 느끼며 일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엔 때론 그 곳이 너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곳. 너무나 그 것이 일상인 곳. 그 곳이 그랬다.


 

 우리 아이는 잠들었다. 청력검사는 주파수로 하는 검사이기에, 잠드는 것이 편했다. 아이를 안고 검사실로 향했다. 그리고 잠든 아이를 잡고, 최대한 검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했다. 하지만,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기에 그도 쉽지 않았다. 계속된 검사가 끝이 나고 결과를 듣기 위해 잠시 기다렸다가, 진료실로 향했다.


'검사결과 : 재검 필요'


 검사 하는 과정이 잘못되었을까. 또 내 잘못인걸까. 왜 또 재검일까. 수 많은 의구심과 불안감이 순간 올라왔지만, 그저 도장 깨기의 첫 관문이라 생각하며 문제가 있다 라고 확신할 수 없기에 다음 검사를 기약하기로 했다. 아이를 안고 다음 유전과로 향했다. 이 곳은 도장이라기보다 중앙 관제 센터 같다. 깨야 하는 곳이 아니라, 가야 하는 주기를 점차 늘려야 하는 곳. 


 그 곳도 역시 사무적일까.. 또 다시 마음을 단단히 붙잡으며, 유전과가 있는 어린이병동으로 향했다. 


 대학병원이었기에 삶과 죽음이 공존했다. 그러나 태어남도 죽음도 한길이며, 어떠한 삶도 고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결코 헛된것이 없다. 그렇기에 삶에 찾아온 갑작스런 소식 앞에, 생각지 못한 절망이 될 수 있겠지만, 이 절망마저 반드시 희망으로 바뀌어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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