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상 애 Aug 20. 2024

20 현타?

#다운증후군 우리아들 라진

우리 아들이 지난 2년 넘게 살아오면서 남들과는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병원과 어린이집을 오가며 세상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집에 오면 두 누나들 틈바구니에 끼어 정신 없이 보내기도 하고, 

사방팔방 기어다니며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고 있다.


그렇다. 기어다닌다. 

가끔 서기도 하고 몇발자국 떼기도 하지만, 여전히 기어다닌다.


하나님께서 우리 아들을 우리 집에 막내로 주신 이유중에 하나가,

막내니까.. 느려도 받아드릴 수 있게 해주기 위해 그런건 아닌가 싶다.

막내라서, 집에서는 걷지 않아도 그저 귀엽기만 하다.

그러다 한번씩 현타가 올때가 있다.


교회에 아들보다 한살 어린 동생이 있다.

며칠전부터 짱짱한 두발로 자리에 곧게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이제 서기 시작했다며 조금씩 걸을 거 같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아... 우리 아들이 느리긴 하는구나....'


아들이 어린이집을 처음 등록할 때만 해도, 1년 유급해서 동생들과 같은반에 있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올라오는 활동사진을 통해서는 눈에 띄게 보이는 것들은 없었는데.

가끔 어린이집 전체 활동 사진이나 하원할때 같은 동년배(?) 친구들 볼때가 있었는데...

그때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 그렇네. 보통 저 나이때는 저런 모습이겠구나....'


아내가 어린이집 등하원을 전담하고 있어 종종 보는 모습이라고 하며, 

아내도 역시 그때마다 현타 아닌 현타가 온다고 했다.


첫째와 둘째를 키울때만 해도, 그저 한두달 차이로 말문이 트이거나 신체 발달 차이가 있는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그 몇달 차이 나는 것도 마음이 조급해지기 일수였는데...

막내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현타는 조금 달랐다.


두 아이때는 같은 100m를 달리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심정이었다고 할까.

같은 출발선상에서 같은 조건으로 같은 목적지를 두고 달리는...


그러나 막내아이는 조금 다른듯 하다.

마치 같은 마라톤 경기인데, 모두가 다 42.195km  완주를 목표하고 있고,

이미 출발신호를 듣고 대부분 5km를 넘어섰는데...

우리 아이는 완주조차도 희미한 상황에서 이제 막 100m 정도를 지난 느낌이랄까.


그게 평소에는 잘 모르다가, 그런 현타가 오는 순간에 문득 마음에 훅 들어오는듯 하다.


이제 2살인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 되지도 않은 차이속에 느껴지는 현타인데...

어떻게 이 순간을 보내야 하나 하는 상황속에서, 

하나님은 어찌 우리 가정을 잘 아는지, 그때마다 위로와 격려. 그리고 새힘을 주시는듯 하다.


막내 아이라 그래서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현타마저도 뛰어 넘는 막내 특유의 귀여움이 있기 때문이다.

배달을 시켜 집에 음식이라도 갖고 들어오면 엄빠 옆에서 언제쯤 입에 넣어주나 하는 눈빛으로 

두 누나들과는 달리 투정하나 없이 맛있게 먹으며 만족하는 표정...

가만히 쳐다보고 눈을 마주칠때면 부끄러운듯 씩 웃으며 바라보는 아이를 보면,

느린것 조차 다 잊게 된다.


열심히 기고 또 기어다니며 바닥청소하며 여기저기 호기심을 채우는 막내 아이...


느려도. 갈수만 있다면, 같이 가자. 함께 가보자!!

작가의 이전글 19 아빠의 자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