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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배 Jan 01. 2023

여백의 공간에 표면의 깊이를 더하다

White Wing ; 산본 파빌리온

경기도 군포시에 하얀 날개를 연상시키는 파빌리온을 선보였다. 이 구조물은 모서리땅에서 마치 양 날개를 펼친듯한 모습을 보이며 아파트 단지의 담장 40m를 포함해 완성되었다. 금속 커브월 모듈을 입면에 부착하여 파빌리온의 파사드를 만들었고 그 규모가 가로 12m 높이 9m에 이른다. 표면에 깊이를 더하기 위하여 제작된 곡면의 루버는 빛에 따라 음영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이 땅에 풍성하게 자라난 소나무의 그림자들이 담기며 자연스러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아파트 단지의 주출입 문주를 제작하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아파트 단지는 6차선 도로에 인접해 있지만 배치상 대로에서 주출입구를 내지 못하고 마을 길을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대로변의 모서리 땅에 상징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분수대로 설치되어 운영되다가 연간 가동률이 낮아 폐쇄하고 이후에는 모서리를 지키는 구조물로 변경되었었다. 아파트 입주민 대표들이 우리에게 설계를 요청한 건 인지성이 떨어지는 현재 입구와 현황을 토대로 여느 아파트들처럼 돋보일 수 있는 아파트의 문주(주입구 게이트)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아파트의 부동산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내린 결론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현상은 집단 이기주의의 단상으로 언론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설계를 진행하며 수차례 아파트 입주민 대표단과 미팅을 통해서 주민들이 원하는 상징성을 담아서 주변의 마을 경관을 고려하면서도 다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나갔다. 모서리 땅의 소유주는 아파트 입주민들이지만 이웃하는 마을 주민들에게도 열린 공간이어야 하며 일대를 지나치는 많은 이들에게 사적 소유물로 내비쳐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00 아파트 문주 디자인 설계용역’은 가칭 ‘산본 파빌리온-White Wing’으로 정의되면서 파빌리온이라고 하는 형식을 내세우게 되었다. 파빌리온(pavillion)이라는 말은 ‘나비’를 뜻하는 라틴어 ‘papilio’에서 왔다. 우리 말로는 ‘임시 구조물’이라는 의미로 불리기도 한다. 아파트의 모퉁이 유휴지에는 거주, 소비, 여가를 위해 빈틈없이 채워지고 규정되는 도시공간의 활용성에서 파빌리온의 비목적성이 사람들에게 숨통을 틔우는 여백의 공간으로 작용하게 된다.

주요 파사드는 북동 측 도로변에 있어 오전 중에만 빛과 그림자가 내부 마당으로 쏟아진다. 빛과 소나무의 그림자 그리고 굴곡진 루버의 음영은 표면에 깊이를 더하며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한다. 이 파빌리온은 지역 주민들에게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파빌리온 내 마당에서는 구조물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며 그늘을 편안하게 감싸 안고 내려오는 빛을 감상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존재감과 함께 하얀 날개는 이곳에 새로운 공공의 풍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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