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
레몬이에게
오늘은 조금 힘든 날이야.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거든. 아빠가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레몬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어. 그러더니 피가 꽤 많이 난다는 거야. 이 소식을 듣고 아빠는 눈앞이 캄캄해진다는 말이 사람에게 어떤 형태로 작동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 정말 앞이 캄캄해지더라고. 그렇게 엄마는 병원에 가서 '전치태반'이라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어. 아빠는 그런 엄마를 입원시키고 이제 막 집으로 돌아온 참이야.
이 소식을 듣고 나의 우주, 우리의 우주인 레몬이가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너무 걱정됐는데, 다행히 심장도 잘 뛰고, 주수에 맞게 너무나도 잘 자라고 있어 줘서 정말 기뻤어. 엄마, 아빠는 이렇게 몸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걱정하는데, 레몬이는 엄마 배 안에서, 생의 최전선에서 홀로 씩씩하게 싸워내고 보란 듯이 커 가는 모습에 아빠로서 기특함과 동시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부채감도 느껴.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이런 부채감을 온전히 글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다만 엄마, 아빠가 평생 살아가면서 레몬이에게 빛나는 순간들과 만개한 행복으로 그 부채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디 조금 더 힘내서 엄마, 아빠 품으로 와주라.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너의 존재가 이토록 애틋하고 숨 막히는 기다림을 전제하더라도 엄마, 아빠는 언제든 두 팔 벌려 환영하여 씩씩한 사랑을 줄 수 있어. 그러니까 조금 더 힘내고 우리 곧 만나자! 셋인 우리는 강하니까, 꼭 이겨낼 거야.
사랑해. 레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