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에세이 경계에서-
독서 난감
-시와 에세이 경계에서-
쓸쓸함을 떨쳐버리겠다고 다짐했었지만 늘 헛수고였다.
그 불안한 적요가 오래전부터 내 안에 자생했다는 것을
까마득하게 몰랐다
나는 오랫동안 펼쳐보지 않은 책,
나를 넘기는 손은 푸른 핏줄이 선명한 어둠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펼치면 문장들이 나를 낯설어하고
행과 행 사이가 너무 멀어
간혹 새 한 마리 날아가는 풍경만 보이겠지만
고요한 그 의미 속에서
창밖으로 난해한 문장을 버리거나
혼란스런 페이지에서 머리를 감싸거나/
어느 페이지에서 정전이 된 밤처럼 갇혀버렸네
책의 인질이 되어버렸네
이제 자책을 끝내고 다음 페이지에서 훌쩍 떠나려 해.
작심을 하고 나니 그때야 책이 입을 연다.
한 줄 생의 의미가 불안해 보인다고
밑줄 쳐놓은 페이지마저 건너뛰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마침내 책이 나를 읽다가 덮어버렸다.
글&사진. 김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