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가 되어 가는 중

-시와 에세이 경계에서-

by 김휴

액체가 되어 가는 중


연속해서 슬픈 영화 두 편을 봤다.

참 묘한 일이다.

예고편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제목만 보고 선택을 했는데

두 영화가 다 주인공이 죽는 것으로 끝이 난다.

나는 눈물이 메마른 사람이라고

슬픔중독자이긴 하지만 그 슬픔은 타인의 몫이라고

그냥 슬픔의 관람자로 살아온 인간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영화의 절정 무렵에 울고 말았다.

생각지도 못한 이런 반전은

세월이라는 풍토병에 들면서

내 몸이 액체가 되어가는 중인가 보다.

아주 작은 생채기에도 물이 새는

금이 간 유리그릇이라는 것이겠다.

문제는 죽은 자의 슬픔을

살아남은 이가 다 떠안아 치명적 아픔을 겪는다는 것이다.

나의 주인공은 죽고 나는 살아있다

살아남아 더 슬프다.

이런 궤변은 욕먹을 짓이겠다.

현실은 시가 아니다.

하지만 시가 현실을 다 부정하는 것도 아니라는

이런 논리는 그냥 자기합리화를 위한 억지일 뿐이다.

지금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지독한 슬픔의 끝은 달콤함으로 통해있다는

합리적이지 못한 설득이 최고의 치유 방식이라면

액체 상태는 달콤함을 위한 숙주일 수밖에

글.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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