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를 위한 변주곡

-시와 에세이 경계에서-

by 김휴

무의미를 위한 변주곡


뽑아드는 책마다 시절이 다르다는 것으로

이미 시간의 의미를 상실했고 내 과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날아온 시집은 아직도 봉투 속에 갇혀있다.

갇힌 시들은 제 주인이 얼마나 그리울까?


벽은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는 듯,

달력이 심하게 기울어져 수많은 날이 흘러내리고 있다면

벽에게도 드러누울 시간이 절실한가 보다.


언제부턴가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는 것을 느끼면서

내 의식조차 초조해진다.

아침을 먹고 나면 어느덧 점심때다.

끼니는 한없이 친절하면서도 거절할 수 없는 압박감이 있다.

생각이 말라가는 오후는 어디든 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나서면 주변을 서성일 게 분명하다.

이렇게 이방인의 범위는 내게 한정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것,


제 수명을 다한 것들이 연상되면서

주변의 안녕이 궁금해서

전화기를 만지작거리지만, 냉기만 돈다.

하지만 아무거라도 써야겠다.

불편한 기억이 첫 문장이 되면서 차가운 것들만 나열하게 된다.


몸에서 이름을 떼어내면 무엇이 될까?

쉽게 여러분에게 제외되면서

불특정 다수가 된다는 것은 잊힌다는 의미겠다.

이런 난처함을 현실이라는 의미로 인정해 버리면

오래된 일기장처럼 후회를 키우고 있을 일이다.

글&사진.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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