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서정 2

-시와 에세이 경계에서-

by 김휴

휴일 서정 2


지금 좀머씨와 산책을 나갈 거야.

제발 날 내버려 둬.

좀머씨 외출은 스무고개처럼 묘연해서 나를 내버려두지 않아.


오래전부터 따라가고 싶었어.

좀머씨 조금만 천천히 가요.

구름도 못 따라오고 새도 못 따라와요.

이미 우리 그림자는 주인을 잃어버렸나 봐요.

몸이 너무 가벼워요.

결국 어두운 심연으로 들어가 버릴 거라 해도

나는 따라갈게요.


집은 나를 아마득하게 잊고

길이 일렁거려 내 근심에 묻혀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구름에 갈겨놓은 글들은 수십 번도 더 수정했다고

너무 혼란스럽다고 하소연을 하고

내 어깨에 기대는 문장에게서 좀머씨의 냄새가 난다.


내 빙하기에 사라진 이브가 아직도 내 시에 숨어있다니

제기랄, 이런 지독한 스토커는 재미없어.


좀머씨 더는 따라가지 못하겠어요.

좀머씨가 무서워졌어요.


좀머씨가 호수에 빠져 죽었다는 소문에도

나는 저녁밥을 챙겨먹고 드라마를 봤다.

좀머씨를 따라가지 않은 것은

배가 고팠던 이유였을 거라는 변명은 나마저 불쾌했다.


이렇게 콱 막힌 상태에서 내가 즐기는 놀이,

힘을 완전히 풀어버리고 방바닥에 모로 누워있는 짓이다.

사타구니에 두 손을 질러 넣고 베개는 베지 않는다.

머리를 최대한 바닥에 파묻는다.

그래야 알량한 내 철학이 초조해질 거니까.


좀머씨 보고 싶어요!


*파트리크 쥐스킨트‘좀머씨 이야기’인용


글.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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