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에세이 경계에서-
겨울을 위한 문장이 될 수 있을까?
-시와 에세이 경계에서-
컴퓨터는 고해하는 듯한 노래로 나를 묘사 중이고
그리고 눈발은 더 치열해지고
전화번호 하나가 메모지에서 아픈 눈빛이지만
한 마디 위로해 줄 여유가 없다.
눈은 더 거세지고
집어 든 책은 정갈한 별자리들이 가득 담겼지만
별자리의 속셈을 읽어주기에는
내가 눈발처럼 어수선하다.
고립과 갇힘이 같은 값으로 설정된 이런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컴퓨터를 켜도 마땅히 할 일도 없다.
머리가 까져버린 마우스는 주인을 잘못 만난 슬픈 노예,
누군가를 원망하는 표정이지만 적당히 무시할만한 상황이겠다.
이런 시점이 지루하기까지 하다면
나는 언제쯤 적극적인 순간에 놓일 수 있을까?
여전히 로그인 상태인데도 생의 클릭이 되지 않는다면
정작 봄이 왔는데도
꽃은 겨울을 품고 일어나지 않는다는 문장은
나를 은유한 것,
잊힘은 평온이라 우기면서
제발 날 찾지 말아줘.
눈은 기어코 이별을 묘사 중이고
닿자마자 녹아버린 것들은 얼마나 고민이 깊었을까?
갈겨놓은 문장들이
제발 정신 차리라며 눈썹을 치켜세운다.
그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맨발로 뛰쳐나가면
겨울을 위한 문장이 될 수 있을까?
글. 김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