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랄, 詩가 왜?

-시와 에세이 경계에서-

by 김휴

제기랄, 詩가 왜?


내 시는 날마다 한 줌의 약을 먹는다.

허약해진 시가 이미 제 의미를 버린 지도 모르겠다.


시야는 명쾌한데 내 시로 들어가면 혼돈의 벌판이다.

친애하는 언어들은 여전히 친절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내 은유에서는 꽃이 시들고 있다면

분명 근심이 따르는 상실일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어둡지?

모두 어디 갔지?

이런 의문도 제삼자들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므로

속으로 중얼거릴 수밖에


주어진 묘사는 늘 그만큼의 깊이고

생각마저 저 혼자 떠돌아서 빈집처럼 공허하다.


시는 제 울음조차 새에게 주어버렸으니

내 시는 고요해졌지만

냉소까지 흘리며 문장들은 시에게서 도망치고

이러다 시가 더 불량해질지도 모를 일이겠다.


충혈된 詩의 눈,

입술을 깨문 詩의 결심,


어설픈 협잡꾼처럼,

시를 흉내 내다 사내가 미쳐가네!


약을 먹으라고 알람이 울린다.


시가 조용히 물을 따른다.


글. 김휴